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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위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가 비용 절감을 위해 백화점 점포 150곳을 대대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대신 럭셔리 점포를 새로 짓는다. 미국 소비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토니 스프링 메이시스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향후 3년간 실적이 저조한 매장 150개, 전체 매장의 30%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메이시스는 올해 말까지 우선 50개 점포를 정리하고, 2026년에는 전체 점포 수를 350개 수준만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메이시스는 166년 역사의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으로, 미국 전역에 백화점 약 500곳을 운영 중이다.
메이시스는 동시에 현재 좋은 실적을 내는 소규모 매장 30개를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메이시스는 12개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3만~5만제곱피트로 기존 백화점 크기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고급 백화점 블루밍데일스와 뷰티 체인 블루머큐리 매장을 각각 15곳, 30곳 새로 열 예정이다. 메이시스는 블루밍데일과 2015년 인수한 뷰티 전문 매장인 블루머큐리를 현재 각각 58곳, 158곳 운영하고 있다.
스프링 CEO는 "단순히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이 보다 원하는 방식의 쇼핑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의 규모를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취임한 스프링 CEO는 블루밍데일스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다.
메이시스가 대대적인 조정에 나선 건 실적 개선을 위해서다. 메이시스에 따르면 폐쇄 예정인 150개 매장은 전체 매장 면적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지만, 매출 비중으로 따지면 10% 미만에 불과하다. 2026년 말까지 매장과 유통 센터를 폐쇄하면 6억~7억5000만달러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소식에 메이시스 주가는 이날 3.37% 상승한 19.95달러에 마감했다.
매년 뉴욕에서 개최하는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로 잘 알려진 메이시스는 미국 내에서 중산층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백화점 체인이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643개 메이시스 매장을 포함해 전체 매장 수가 약 870개에 달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이 부상하며 최근 몇 년간 위축세를 보여왔다. 전임 CEO들도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폐쇄해왔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진 않았다. 메이시스는 지난해 말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 아크하우스 등으로부터 58억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으며 찬밥 매물로 전락했다는 평가마저 받았다.
팬데믹을 거치며 수십년간 이어진 미국의 소비 시장 양극화가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시장이 규모를 키우는 반면 고가의 상품군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럭셔리 시장도 몸집을 불리는 추세다.
CNN은 "메이시스를 비롯한 백화점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아마존 등 인터넷 시장의 부상과 TJ 맥스 등 할인 매장의 동시다발적인 압박에 직면해 왔다"며 "메이시스 주가는 2015년 주당 73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75%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메이시스는 이날 작년 4분기 실적도 공개했다. 4분기 매출은 81억2000만달러로 월가 예상에 거의 부합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수준이다. 순손실은 71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5억800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주당순이익은 2.45달러로 전망치인 1.96달러를 넘어섰다. 메이시스는 이번 구조조정 및 매장 폐쇄와 관련해 10억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