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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배당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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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면 오너 주머니를 챙긴다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고, 내리면 주주 환원에 소홀하다고 원성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둔 한 상장 제조기업 고위 임원의 한탄이다. 정부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배당책을 고민하는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 정부를 필두로 한쪽에선 “주주 환원 차원에서 배당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한편, 노조를 비롯한 다른 쪽에선 “배당 확대는 대주주 주머니를 채우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기업 배당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올해는 주요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먼저 파악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선(先) 배당 후(後) 투자’를 적용한 첫해다. 주요 기업은 이달 배당 규모를 정하고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해 오는 4월께 배당에 나설 계획이다.

두 번째는 지난 26일 정부가 밑그림을 밝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상장사들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주환원책 확대 등에 노력해야 한다는 게 프로그램의 골자다.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이 꼽힌다. 이미 일부 기업은 화답에 나섰다. 올 들어 상장사들이 밝힌 자사주 소각 계획 규모는 총 4조원이 넘는다. 역대 최대다.

업황 찬바람에 실적이 나빠진 기업은 고민이 깊다. 주주 환원에 적극 나설 여력이 적은 와중에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정부에서는 “참여하지 않아도 페널티는 없다”고 하지만, 그간 ‘소리 없는 압박’을 여러 차례 겪어본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 방침을 마냥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기업에 흘러들어오는 투자 자금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업 바깥의 시각도 딜레마다. 기업이 배당을 높이면 자연히 지분을 많이 소유한 최대주주에게 더 많은 돈이 지급된다. 정부 방침만 따르자니 기업이 고전하는 와중에 ‘오너’는 주머니를 두둑이 챙겼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노조 눈치도 봐야 한다. ‘직원 성과급 몫을 주주에게 나눠주냐’는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기업들은 정부가 밸류업 가이드라인이라도 속히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정도 눈치를 봐야 할지 가닥이라도 잡게 해달라는 얘기다. 당국은 오는 6월께 각종 시행세칙과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를 앞당겨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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