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셋값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경기 화성·수원 영통구, 인천 서구 등 일부 지역에서 일명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투자 방식)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가계대출 규제,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매매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내릴 경우 역전세(계약 당시보다 전셋값 하락)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화성(4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인천 서구(39건), 경남 김해(39건), 충남 아산(37건), 수원 영통구(36건) 순이었다. 아실은 최근 3개월간 아파트를 매매한 뒤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를 내놓은 계약을 갭투자로 집계한다.
화성 병점동 ‘병점역에듀포레’ 전용면적 75㎡는 작년 12월 3억원에 매매된 뒤 바로 2억7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세금과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 단돈 3000만원에 중소형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화성 향남읍 ‘화성발안우림필유’ 전용 84㎡도 지난 1월 3억2000만원에 팔린 뒤 4000만원 차이인 2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인천 서구 가정동 ‘진흥 2단지’ 전용 59㎡는 작년 12월 1억45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한 달 후인 지난달 1억26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1900만원에 불과하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줄면서 갭투자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이달 셋째 주(19일 기준)에 한 주 전보다 0.05% 하락하면서 13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하락 폭도 전주(-0.04%)보다 커졌다. 반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2% 올랐다. 특히 갭투자가 활발한 수원 영통구(0.26%), 인천 서구(0.11%)·연수구(0.11%) 등의 전셋값 강세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지만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역전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 일부 지역은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쏟아져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성급히 갭투자에 나섰다가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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