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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 공시 선언 기업 4곳 불과…생물다양성 위험, 사업에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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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러닝 - ESG클럽 월례포럼



“전 세계 32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를 기반으로 생물다양성 정보를 공시하기로 선언했습니다. 주요 은행의 4분의 1이 포함됩니다. 국내 기업은 4곳에 불과합니다. 자연자본과 관련한 기회와 위험을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합니다.”

지난 2월 21일 서울시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에서 신언빈 ERM코리아 기업 지속가능성 및 기후변화 총괄 파트너가 한 말이다. 그는 탄소규제 뒤를 자연 관련 규제가 빠르게 쫓고 있다며 기업이 조속히 자연자본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와 자연 손실로 인한 복합적인 환경 위기가 기업 경영에 있어 중대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세계경제포럼은 2024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10년 이내 최대 사업 리스크로 5가지로 기상 이변, 지구 시스템의 중대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붕괴, 자연자원 위기, 잘못된 정보 및 허위 정보를 선정했다. 1위부터 4위까지가 자연자본과 관련이 있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인 44조 달러(약 5경 8700조원)가 자연과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0년부터 2016년까지 기후변화와 자연 파괴로 인해 전 세계 생물다양성이 69% 감소하는 등 자연자본 손실이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2022년 12월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 당사국총회에서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전 지구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구체적 이행 계획인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했다. GBF는 전 세계 육상 및 해양 면적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 복원을 골자로 한다.

자연자본 공시의무화 다가온다

GBF는 대기업과 다국적기업, 금융기관이 생물다양성 위험과 의존도를 평가·공개하고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2025년까지 규명하고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밀접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에 신 파트너는 자연 의제가 3~5년 이내에 기업경영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기후변화 관련 공시 표준화, 의무화 절차를 충분히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프레임워크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프레임워크와 마찬가지로 자연자본 공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출범한 TNFD는 지난 9월 TNFD 프레임워크(권고안)를 확정했다. TNFD는 TCFD와 동일한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및 영향 관리, 지표 및 목표 4개의 공시 항목으로 구성된다.

기업은 TNFD를 위치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자연자본 의존성과 영향을 파악하고 기회와 위험 요인을 평가, 공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신언빈 파트너는 “TNFD 외에도 자연자본을 공시하고자 하는 기업을 위한 산업별 지침과 시나리오 분석 방법론이 마련되어 있다”며 기업이 선제적으로 TNFD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TNFD 프레임워크는 공시를 위한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및 영향 관리 지표 및 목표 4개 공시 항목과 자연 관련 위험, 기회를 평가하는 프레임워크 LEAP로 구성된다. LEAP는 위치(locate), 측정(evaluate), 평가(assess), 대응(prepare) 4가지 구성요소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광산업을 예로 들면, 현장 채굴장 가공 공장, 진입로 등에 있는 토착 식물이 멸종위기 동물 서식지인지 확인하는 등 방식이다. 이후 지하수 공정수를 사용하거나 식물 성장 환경에 사용되는 물양이 줄거나 야적장 토지 점유로 식물 성장이 제한되는 등 영향을 검토할 수 있다.

막대한 물 사용으로 지역 이해관계자 및 지역 생태계가 의존하는 지역의 수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있는지 파악하고, 물 이니셔티브를 통해 이를 기회로 전환하는 잠재적 기회가 있는지 포착한다. 높은 비용을 들여 용수를 제공하거나 지역 생태계 파괴로 인한 벌금 부과 가능성 등도 검토한다. 물 없는 공정으로 제품의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원료 또는 1차 농산물 위험이나 공급망 성과 위험, 자연 소실 및 비즈니스 연속성 위험, 비즈니스 가치 전반의 위험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또 규제 및 법규의 위험 등을 포함해 물리적·전환적 위험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신 파트너는 물리적·전환적 위험을 기후 및 자연 관련 재무적 리스크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원자재, 농작물 및 생물자원의 가용성 감소, 자연친화적 제품으로 전환되는 고객으로 인한 매출 감소, 원자재 비용 증가로 인한 가격변동성, 자연 및 생태계 서비스가 회계에 반영되지 않아 자산이 과대 또는 과소평가되거나 표준·법규 규정 준수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 자연자본 평가 시작

신 파트너에 따르면 보험 등 금융사는 산업별 자연자본 위험분석을 통해 투자, 신용 리스크 등의 반영을 추진한다. 보험료 산정을 위해 산업별 자연자본 관련 리스크가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악사(AXA) 그룹은 이미 TNFD 대부분 요소를 적용하고 기업의 경영 전략에 내재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림벌채와 관련한 자산, 건설 및 해상 화물 산업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거나 재생 농업으로 전환을 가속하는 데 전념하는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홍수 위험과 연안 생태계 보호 이점을 보험 모델에 통합하기도 했다.

신 파트너는 무엇보다 사업이 생물다양성, 자연, 물에 대한 영향과 의존도를 공개하라는 투자자와 금융 규제 압력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높아지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탈탄소 전략과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플러스로 전환하는 네이처 포지티브 경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자연과 접점에 있는 기업은 비즈니스의 취약성을 TNFD 기반으로 파악하고 투자자와 금융 규제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네이처 포지티브(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플러스로 전환) 경영을 위해서는 자연자본과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4년 1월 16일 세계경제포럼에서는 320개 기업, 금융기관 등이 빠르면 2024년, 늦어도 2025년까지 TNFD 공시를 한다고 선언했다. 참여 기업과 기관은 유럽이 43%, 아시아·태평양 42%, 남미 6%, 북미 6%, 아프리카·중동이 3%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SK증권, IBK기업은행, 한화생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국제ESG협회가 참여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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