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 반면, 고액 연봉자의 경우에는 연장근로수당, 근로시간 제한 등 근로기준법이 제한없이 적용되어 역차별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고연봉 사무직에게는 연장근로수당이나 근로시간 등의 제한을 하지 않는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면 노동시간과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안이 2020년 발의되기도 했다.
◆관리·감독자란 누구인가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도 근로시간, 휴일, 휴게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자’(이하 ‘관리·감독자’)이다(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 시행령 제34조). 그런데 근로기준법에는 관리·감독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판례는 ‘회사의 감독이나 관리의 지위에 있는 자로서 경영자와 일체를 이루는 입장에 있어 그 소속 직원들에 대한 채용이나 근로조건과 같은 근로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고, 출퇴근시간이나 근로에 있어 재량권한이 있는 자’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89. 2. 28. 선고 88다카2974 판결 등).
고용노동부는 판례와 유사하지만 ‘지위에 따른 특별수당’을 받는지 여부를 추가하고 있고(근로개선정책과 - 6667, 2015.12.10.), 일부 하급심 판례도 동일하다(대전지법 2018나106515 판결 등). 다만, 관리·감독자 관련 규정 적용에 있어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의정부지법 2016가단128063 판결 등).
한편, 하급심 판례는 중간 관리·감독자의 경우도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절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관리·감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면 되고, 야근이나 연장근무할 때 상급 관리자의 승인이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간 관리·감독자도 근로시간 등의 적용을 제외한다고 했다(의정부지법 2016가단22653 판결).
실무에서는 관리·감독자 여부와 관련해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회사에서는 관리·감독자로 인정하여 별도 수당 등을 지급했다가 관리·감독자로 인정되지 않아 추가 비용 발생,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 등의 리스크를 부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관리·감독자에 해당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판례가 관리·감독자로 인정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판결례상 관리·감독자 인정·부정 사례
<관리·감독자 인정>
▷골프장의 총괄 관리업무를 맡은 총무부장으로서 높은 급여(직원 평균 연봉의 약 2배 정도, 상위자인 상무보다 300만원 더 높음)를 받고 급여 직원들의 근태관리, 채용에 관여(1차 면접 등)하였으며 별도로 자신의 근로시간에 대해 관리받지 않았던 경우(부산지방법원 2019가단322756 판결).
▷상무로서 품질관리부서의 노무관리상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상위직급자는 대표, 전무만 있음), 자신의 근로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의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와 같은 지위에 따라 이른바 '일반직' 직원에 비해 높은 액수의 연봉(3번째로 높은 연봉)을 지급받은 경우(대전지법 2018나106515 판결).
▷요양원 시설을 총괄한 사무국장으로서 초과근무에 대해 대표에게 보고나 승인을 받지 않았고 출근부에 서명을 하긴 하였지만 출퇴근시간을 적어 자신에 관한 란에 서명을 하였을 뿐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던 경우(수원지방법원 2020노7175 판결).
▷연구소 1팀장으로서 일반직원이 받지 않는 직무수당을 받고 4급 이하 직원들의 최종 인사평가권을 가졌으며,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지 않았던 경우(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9. 5. 1. 선고 2018가단3450 판결).
▷호텔에서 지배인으로서 직원들의 채용, 해고, 출퇴근 관리 등 인사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사업장 전반에 관한 관리·감독을 하며 일반 직원들과 달리 출퇴근 및 휴게시간의 사용에 재량이 있었던 경우(서울중앙지법 2018가단5021336 판결, 2021가합585474 판결).
<관리·감독자 부정>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서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채용과 그 근로조건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공사현장의 노무관리에 관한 경영방침의 결정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할 재량이 없었고(공사현장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근로자이고 현장소장에 대한 관리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지 않아 사실상 다른 현장 근로자들에 비해서는 출퇴근에 있어 제약이 덜 했을 수는 있음), 직책수당과 법인카드 지급을 받았으나 단순히 현장 관리자로서의 추가적인 업무수행에 상응하는 정도를 넘어 경영자와 일체적 관계로서 부담하는 막중한 경영상 책임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던 경우(춘천지법 2018가단50341 판결)
▷원예농협에서 조합장 다음 직위(지점장, 전무)로 근무하며 업무용 차량(경차)을 제공받고(전용차량은 아님) 직책급여와 자격수당을 받았으나(타 직원들도 직책, 직급에 따른 직책수당과 자격수당 받았음), 조합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았고, 직원들의 출장비, 회식비 등에 대해 결재를 하였더라도 조합장의 최종결재가 필요했으므로 업무집행이나 비용 지출에 대한 업무집행권, 의사결정권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타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출퇴근했으며 근무시간에 대한 재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인천지법 2019나58950 판결)
▷비등기임원(전무)으로서 공사현장에서 책임감리원으로 근무한 자로서 보조감리원의 업무부장 등 업무를 관리·감독하였으나 이는 책임감리제도의 특성에 따른 것일 뿐 근로조건의 결정 기타 노무관리에서 회사와 일체적인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없고, 회사가 책임감리원 역시 근태관리를 하였고, 업무추진비 명목의 금원(30만원)은 실비변상 명목의 업무비일 뿐 책임감리원의 지위에 따른 특별수당으로 보기 어렵고, 연봉계약서나 취업규칙에 관리·감독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근로기준법 적용이 배제된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의정부지법 2016가단128063 판결)
위와 같은 판례에 비추어 볼 때, 관리·감독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채용이나 근로조건 등에 대한 결정권한을 부여하고, 해당 근로자의 근태는 스스로에게 맡기며, 이러한 직위 수행에 대해 일반 근로자와 다른 특별수당을 지급하고,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적으로 관리·감독자로서 근로기준법 적용이 배제된다는 점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관리·감독자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등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할 경우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분쟁가능성이 높으므로 일종 직종(사무관리직, 전문직 등)에서 특정 연봉 이상을 받은 자들에 대해 근로시간 등의 적용을 배제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적극 고려할 시기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