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전세버스회사 관리팀장이 근로자에게 “사표 써, 해고야!”라고 발언한 사건(대법 2022두57695)에 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가 무단 결근을 한 뒤 팀장과의 말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관리팀장의 “해고야!”라는 말을 듣고 근로자는 이후 출근하지 않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해고한 사실이 없다며 출근을 요구하였습니다. 이것이 특히 문제가 된 이유는, 만일 회사의 해고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본 사건에서의 해고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논할 것도 없이 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부당 해고로 판단되고 근로자가 이길 것이 명백한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원심 "사표 쓰라는 말이 곧 해고는 아냐"
원심은 다음 두 가지 주요 이유로 관리팀장의 "사표를 쓰라"는 발언이 근로자의 해고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발적 발언의 성격: 관리팀장이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라"고 한 발언은, 근로자의 무단 결근과 무례한 행동에 대한 화를 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러한 발언은 근로자를 해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해고 권한 및 절차의 부재: 관리팀장에게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회사가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근로자에게 복직을 촉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해고는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
하지만,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주된 이유로 원심과 결론을 달리하였고, 이에 따라 회사의 부당한 해고가 있었던 것으로 최종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해고는 특별한 형식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함 : 대법원은 해고가 실제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며, 명시적 의사표시 뿐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의 존재 여부는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확정적 의사표시가 있었음: 관리팀장이 단순히 발언만 한 것이 아니라,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실제로 회수도 하였으므로 “사표를 쓰라”는 발언이 단순히 우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움.
▷회사 차원의 결정: 당시 관리상무가 배석하고 있었으며, 근로자가 관리팀장의 위 발언을 들은 이후 실제로 3개월이나 출근하지 않고 있는 동안 회사가 아무런 조치가 없었으므로, 해고에 대한 대표이사의 승인이나 사후 추인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관리자들, 우발적 발언에 주의해야
우선 이 사건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근로기준법 제 27조가 해고 사유의 서면 통지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해고가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되기 위한 하나의 기본적인 요건일 뿐 해고라는 것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요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사표 써!"라는 말로 표시된 근로관계 일방 종료의 의사표시도 그것이 확정적이고 명백한 회사의 의사로 볼 수 있다면 해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우발적으로 표시된 발언으로도 해고가 인정될 수도 있다는 점은 회사의 인사 관리에 있어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비록 이 사건의 특수한 구체적 사실관계가 대법원의 판단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회사로서는 관리자의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인하여 회사가 무척이나 불리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회사는 다음과 같은 실무적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인사에 대한 결정권한이 있는 관리자들은 감정적 상황에서의 발언에 특히 주의하고, 해고나 징계와 같은 중요한 인사 결정은 반드시 적절한 절차를 거쳐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늘 숙지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해고나 사직과 같은 중요한 인사 관련 사항은 서면으로만 처리하는 내규를 마련하고, 이를 모든 구성원에게 명확하게 공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 사건의 소개가 회사의 담당 구성원들이 인사 관련 결정을 신중하게 처리하여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은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