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황금시대(The Golden Age)가 다시 도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22년 1월 1일 이같이 보도했다. 유력 언론사가 새해 첫 사설의 주제를 도서관으로 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핀란드 독일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공공도서관을 지역 랜드마크로 키우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적인 ‘도서관 패권 경쟁’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도서관 인프라는 경제 성장과 함께 발전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공공도서관은 3303곳으로, 10년 전에 비해 227개 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이난성의 웜홀도서관을 ‘문화적 걸작’이라며 세계 유수 도서관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소개했다.
국제무대에서 사회 인프라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은 공공도서관 분야에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독서 장려와 독서 사회 건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식 사업을 시행한 결과다. 중국이 잇달아 신축하거나 개조해 재개관한 공공도서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수십만 권에 달하는 장서와 10만㎡에 이르는 규모, 특색있는 건축미로 각 성(省)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2022년 9월 개관한 상하이도서관 동분관이다. 지하 2층, 지상 7층에 11만5000㎡ 규모다. 단일 도서관 건물로는 중국 내 최대다. 상하이의 도시공원인 센추리공원과 도심의 마천루가 한눈에 보이는 덕분에 각종 전시와 강연의 명소로도 자리 잡았다. 첸차오 상하이도서관 디렉터는 “동분관의 강점은 방대한 장서와 더불어 문화·예술에도 열린 공간이라는 데 있다”고 했다.
저장도서관도 지난해 8월 재단장을 마치고 저장성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1900년 설립된 이곳은 중국 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서관 중 하나다. 8만5000㎡ 규모로 6억6000만위안(약 1218억원)을 들여 재개관했다. ‘책의 사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물 로비에는 5층 높이 벽면에 책 10만 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규모뿐만이 아니다. 개성 있는 건축미를 뽐내는 시설도 연이어 문을 열고 있다. ‘수중(水中) 도서관’을 표방한 광둥성의 워터드롭도서관이 단적인 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들어섰다. 원형 건물 옥상을 가득 채운 물이 수평선과 연결된 듯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한다. 디자인을 담당한 3앤드위치는 “지식의 바다로 빠져드는 듯한 ‘시적 긴장감’을 느끼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공공도서관 투자는 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베이징시립도서관이 베일을 벗었다. 스마트로봇 기술을 도입해 800만 권에 달하는 장서의 전면 자동 분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후베이성에선 올해 14만㎡에 달하는 우한중앙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