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 우세 지역·경합지에서 후보간 연합 유세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 동북부에는 ‘청년벨트’를, 송파와 구로, 경기도 수원에서는 ‘남매·형제 전선’을 구축 중이다. 현역 의원보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을 지원하고 연대를 통해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서울 노원·강북·중랑·도봉·강동 지역을 ‘동북부 청년벨트’로 묶어 선거에 대비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운동권 청산을 기치로 내건 가운데 청년 대 운동권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원을에는 88년생인 김준호 전 국회 선임비서관을 선거구 획정 이후 우선 공천(전략공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노원 을·병을 노원을로 통합하는 등 선거구 획정안은 이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노원을은 운동권 출신인 우원식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다.
또 노원을·병이 합쳐질 경우 "노원병 출마가 최우선"이라고 밝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어 청년 간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역 인근의 이재영(강동을) 이승환(중랑을) 김재섭(도봉갑) 전상범(강북갑) 후보들도 모두 젊은 정치 신인이다. 이들 후보는 최근 재택 근무 활성화와 시차 근무제, 스포츠·문화 정액권 제도 등 공통 공약을 발표하며 합동 유세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구로에선 단수공천이 확정된 호준석(구로갑) 태영호(구로을) 후보가 ‘태영호준석’이라는 이름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지난 22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원 유세에서 호 후보는 “구로에서 반드시 ‘태영호준석’이 승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철도 지하화 등 지역 개발 공약을 내세웠다.
5개 선거구 모두 민주당이 깃발을 꽂은 경기도의 대표적 '보수 험지' 수원에서도 ‘수원 삼남매’가 활동 중이다. 김현준(수원갑) 방문규(수원병) 이수정(수원정) 후보는 지난달 고속도로 신설·철도 지하화·지하철 3호선 연장 등 수원 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한 합동 공약을 발표했다. 이 지역의 한 여당 후보는 “수원은 지역구 민심이 한꺼번에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총선에서 대패한 지역인 만큼 후보간 똘똘 뭉쳐야 산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여권이 열세이거나 경합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연합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배현진 의원(송파을), 박정훈 후보(송파갑), 김성용 예비후보(송파병) 등도 ‘송파 삼남매’로 주목도를 높여 왔다. 한 여당 관계자는 “송파병은 특히 야권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에 이 지역 지원 유세 성격도 있을 것”이라며 “이미 후보가 확정된 열세·경합 지역을 중심으로 합동 유세나 합동 공약 발표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