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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임윤찬의 팬과 임영웅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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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입춘(立春)을 끼고 일본 도쿄를 다녀왔다. 임윤찬 리사이틀을 보는 게 중심 일정이었다. 올해는 사실 미국 뉴욕에 가서 임윤찬의 카네기홀 리사이틀을 보고 싶었다. 임윤찬이 이대로 성장한다면 나중에 역사적 이벤트로 남을 수도 있는 연주회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거리와 시간, 비용 등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같은 프로그램(쇼팽 연습곡 전곡)을 훨씬 가까이서 연주하는 도쿄 리사이틀을 택했다.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았는지, 연주 장소인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 로비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임윤찬의 연주에는 사계절의 자연이 다 있었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겨울 바다가 있는가 하면 호수에 일렁이는 봄밤의 달빛, 풀밭에 살며시 내려앉는 낙엽, 여름날의 숲 위에 부는 청량한 바람 등등, 미사여구는 다 갖다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짝반짝 찰랑이는 가벼운 소리부터 피아노 다리에서 음향판에 이르도록 악기가 온몸으로 우는 소리까지 실로 다양한 음향을 빚어냈다. 해석도 신선했다. 수없이 들었다고 생각한 쇼팽 에튀드인데, ‘아, 여길 이렇게 갈 수도 있구나’,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는 대목을 곳곳에서 만났다. 젊은이만의 에너지가 약동하면서도 듣는 이와 ‘밀당’에 능했다.

청중, 특히 여성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대중음악 가수 임영웅 팬덤도 그렇지 않던가. 임영웅 열성 팬을 자처하는 여성 팬들이 이런저런 화제를 낳는데, 일단 임영웅 자체가 노래를 출중하게 잘한다. 임영웅 팬덤은 ‘선한 영향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2023년) 4월 K리그 프로축구 경기에 임영웅이 시축자로 나섰을 때였다. 축구 팬들은 걱정이 많았다. 경기 시작 전 시축, 최대로 쳐봤자 하프타임 때 임영웅의 공연만 보고 그의 팬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후반전 경기장 분위기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임영웅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축구장이라는 곳 자체가 익숙지 않았겠지만 축구장의 분위기와 기존 팬들의 문화를 존중해 달라는 임영웅 측 요청을 팬들이 충실히 따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5일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의 분위기는 조금 아쉬웠다. 일본의 콘서트홀들이 대개 그렇듯, 이곳도 연주홀 내에서는 모두 촬영 금지다. 연주 중에만 안 되는 게 아니고 커튼콜 때도 안 되고 휴식시간에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서양 유명 홀들보다도 훨씬 엄격한 규정이다. 한국 사람들이 대거 몰려든 이날, 공연장 직원들은 유난히 바쁘게 ‘촬영 금지’ 팻말을 들고 다니며 사전에 주의를 줬다. 그러거나 말거나, 적지 않은 청중이 휴대폰을 꺼내 커튼콜뿐 아니라 앙코르곡 연주까지 촬영하다가 제지당했다. 직원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공연 중에는 쉴 새 없이 여기저기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고, 물병이나 프로그램 책자 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본에서 공연을 여러 차례 봤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리를 사서 온 한국인 관객이 더 비싼 구역의 빈자리로 내려가겠다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이건 차마 믿고 싶지 않다.

임윤찬은 여전히 성장 중인 스타다.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과 온몸을 갈아 넣듯 연주하는 헌신에 찬사를 보내는 해외 평론가들이 있는 만큼, ‘신동? 몇 년 그러다 가는 애들 많아’, ‘잔재주인지 진짜 음악인지 더 두고 봐야 해’ 등 회의론을 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임윤찬이 가는 곳마다 한국 팬들이 따라가서 현지 관객들이 눈살 찌푸릴 행동을 하면 그런 회의론을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되겠나. 임윤찬 소속사가 팬들과의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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