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창작자들은 외줄 타기를 한다. 소재를 자극적으로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의 관심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창작극들에서 약자의 이야기를 흥미로우면서도 진정성 있게 전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 한국인·필리핀 혼혈 ‘코피노’ 등의 주인공이 신선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주인공 키키가 자신의 인격장애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는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너의 고통을 인정해’라는 대사처럼 치료 과정에서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격장애라는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키키가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치료 과정을 ‘시작-안전한 상황 만들기-트라우마 극복-화해’ 순으로 관객에게 직접 노래와 함께 설명한다.
어린이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의상과 무대 디자인으로 따뜻하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스펠, 발라드,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도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솔직하게 묘사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따뜻한 작품이다. 공연은 2월 25일까지 서울 중구 다동 CKL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연극 ‘테디 대디 런’은 한국·필리핀 혼혈아를 일컫는 코피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필리핀에서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열여섯 살 한국인 희정과 그를 돕는 열다섯 살 혼혈아 니나의 여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2개의 파트로 나뉜다. 작품은 희정이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으면서 시작한다. 위험천만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의 슬럼을 전전하며 두려움에 떨고 아버지를 둘러싼 비밀을 마주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공연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5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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