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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하면 부자 될 줄 알았는데…"이럴 줄이야" 반전 [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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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기자
어릴 때 친구들과 함께 피자 시켜먹으면 어땠나요.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내가 먹을 수 있는 피자의 양은 줄어들죠. 우리가 어릴 땐 너무 착해서 몰랐어요. 굳이 공평하게 나눌 필요는 없이 돈을 낸 만큼 나눠먹어도 됐을 텐데 말이죠. ^^


여기서 피자라는 단어를 아파트로 바꾸면 이게 바로 우리가 아는 재건축의 이야기가 됩니다. 재건축은 단순히 '헌집 줄게 새집 다오'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얼마나 크게 지을 수 있느냐가 결국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느냐를 결정하고, 이는 곧 우리 돈을 얼마나 덜 들이느냐로 이어집니다.


일단 우리 아파트를 얼마나 크게 지을 수 있는지 미래를 그려봅니다. 그 크기는 용적률이 결정하죠. 이를 토대로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하는데요. 먼저 낡은 우리집의 가격을 구합니다. 이걸 권리가액[A]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짓게 될 새집의 가격도 추정해봅니다. 이걸 조합원분양가[B]라고 합니다.

예컨대 조합원분양가[B] 2냥 - 권리가액[A] 1냥을 계산해보면 모자란 돈은 1냥이죠. 이게 분담금[C]입니다. 내가 더 내야 하는 돈이란 의미죠. 원래 집의 가격에 따라 돈을 더 낼 필요가 없거나 돌려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새 아파트를 짓습니다. 앞서 내가 냈던 분담금[C] 1냥으로 공사비를 치릅니다. 택도 없겠죠. 그래서 남는 집들을 일반에 분양합니다. 나는 조합원이기 때문에 분양가를 2냥만 냈지만 일반 수분양자들은 3냥씩 내야 합니다. 그만큼의 수익으로 공사비와 부대 비용을 치르는 것입니다.


만약 새 아파트를 더 크게 지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일반분양 할 수 있는 집이 더 많은 만큼 조합의 수익도 늘어납니다. 아파트가 윤택해지고 여기저기 치장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겠죠. 결국 우리 아파트를 지금보다 얼마나 더 크게 지을 수 있느냐가 재건축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아파트의 최대 크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3종일반주거지 기준 용적률은 300%가 최대입니다. 그렇다면 원래 집이 얼마나 작은 상태에서 재건축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집니다. 저층이던 집이 높아질수록 새로 늘어나는 집도 많아지니까 그만큼 팔 수 있는 집도 늘어나겠죠.


이게 바로 함정입니다. 똑같은 저층인데 원래 집이 전용면적 28㎡ 정도로 아주 작았다고 해보죠. 그런데 요즘 새 아파트는 전용 84㎡ 정도 돼야 살만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건축을 할 때 전부 84㎡로 몸집을 불리기로 합니다. 용적률 100%짜리 아파트가 300%가 되게끔 설계를 한 것이죠. 이번에도 남겨서 일반분양할 게 있을까요?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처음에 봤던 건 보통 면적의 아파트를 다시 보통 면적으로 재건축 할 떄의 얘기입니다. 원래 살던 사람들의 면적은 불어난 게 없죠. 그래서 새로 증가하는 200%의 용적률 만큼을 일반분양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두 번째 사례는 28㎡이던 집을 84㎡로 늘렸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연면적이 3배로 증가합니다. 용적률도 여기 비례해서 3배로 늘어납니다. 100% x 3 = 300%가 되는 것이죠. 원래 살던 3가구가 새 아파트에 체급을 불려서 들어간 다시 것만으로도 이미 꽉 차서 팔 게 없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상계주공5단지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무리 저층 단지이고, 아무리 용적률 여유가 있다고 해도 종전주택이 소형 중심이라면 면적대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허용된 용적률을 다 채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일반분양할 집이 없다면 앞선 사례처럼 한두 푼씩 걷어서 새집을 지을 수 있을까요? 조합원분양가[B]가 한두 냥에 그치는 게 아니라 쭉쭉 올라가겠죠. 다른 곳에선 돈 나올 구멍이 없으니까요.


높이와 용적률 못지 않게 우리 단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재건축을 하려는데 이웃끼리 면적대가 비슷하다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이해관계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보통 단일 면적대, 비슷한 면적대 재건축이 비교적 잡음이 적다고 하죠.

그런데 대형과 소형 등이 뒤석였다면 어떨까요. 숫자에서 불리한 집단이 나옵니다. 헤게모니를 쥐는 집단과 비교해보면 사업의 판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짜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형 면적대의 경우엔 가격이 비싼 만큼 거래가 상대적으로 드문데요. 권리가액을 정하기 위해서 감정평가를 할 때 비교사례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이 큰 만큼 권리가액 자체는 높게 나오더라도 단위면적당 가격으로 따지면 소형보다 불리한 경우도 많습니다. 똑같은 땅 1㎡를 내놨는데 누구에겐 1푼으로 쳐주고 누구에겐 1.1푼으로 쳐주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이 같은 문제로 안 싸운 조합이 없습니다. 봉합을 하지 못하고 끝내 갈라서서 따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나홀로 아파트로 남게 되면 공간 활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건축이 더욱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오늘은 재건축 사업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요약해서 살펴봤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인 사례를 들었지만 단지마다 개별성이 강한 만큼 참고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또 앞으로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 같은 사례를 주의하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이재형·조희재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재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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