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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과 루시드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올해 어두운 실적 전망을 내놓은 영향이다. 고금리에 수요 둔화 한파까지 불어닥치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지 못한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올해 보릿고개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리비안과 루시드는 2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각각 15.3%, 8.9% 하락했다. 두 전기차업체의 연초 대비 주가 하락률은 각각 38%, 18%에 달한다.
작년 4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 기간 리비안 매출은 13억1500만달러(약 1조7500억원)로 시장 추정치(12억6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순손실은 17억2300만달러에 달한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15억2100만달러였다. 루시드는 작년 4분기 매출이 1억5720만달러를 기록해 월가의 예상치(1억7990만달러)를 밑돌았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올해 암울한 실적 전망이다. 리비안은 이날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5만7232대)보다 적은 5만7000대로 예상했다. 월가의 평균 예상치인 8만17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리비안은 “현존하는 경제·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더해 역사적으로 높은 금리의 충격이 올해 전망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력 모델 ‘R1’ 등의 생산 단가를 낮추는 등 전사적인 비용 절감을 진행하며 전체 인력의 약 10%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격하게 둔화하자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0만 대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절대적 판매 수치는 늘었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1년 105%, 2022년 60%, 2023년 47%로 둔화하고 있다. 올해 판매 예상치는 210만 대로 전년보다 32%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었다”며 “반면 테슬라, 비야디(BYD)를 제외하고 아직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전기차 스타트업은 재무적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