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적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전국 5만여 가구의 분양 계약자가 전세 세입자를 들여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올해 집들이 예정 물량이 많은 서울 강동구 등에서 하반기 전세 물건이 나와 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지 1월 27일자 A1, 3면 참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1일 법안소위원회를 열고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실거주 의무 기간(2~5년)을 나눠서 거주하는 건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정안은 이르면 22일 국토위 전체회의를 거쳐 29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전망이다. 여야는 실거주 의무 완화·폐지를 놓고 1년 넘게 평행선을 이어왔지만, 총선이 임박하자 한발씩 물러서며 절충했다. 대출 규제 등으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했거나 자녀 교육 및 직장 등의 문제로 바로 실거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분양 계약자는 전세를 놔 3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지난달 말 기준 전국 77개 단지, 4만9766가구에 이른다. 경기도가 3만1792가구로 가장 많다. 인천(9727가구), 서울(8247가구)이 그 뒤를 잇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39주 연속 뜀박질하는 등 수도권 전세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거주 의무 완화가 전세시장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선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을 비롯해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 등 올해 준공 단지가 많은 강동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초 1900건 전후였던 강동구의 전세 물건은 최근 2300건을 넘어서는 등 물량이 쌓이고 있다. 서울 전체 전세 물건이 최근 두 달 새 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이미 강동구의 전세가격은 공급 증가 시그널 등으로 3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는 작년 12월 보증금 6억8000만원(21층)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는데 이달엔 5억9000만원(20층)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강동구의 전세 공급 증가가 송파구 등 인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도에선 과천 광명 등에서 전세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
이번 규제 완화로 올해 ‘분양 큰 장’이 열릴 서울 강남권 청약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번 규제 완화로 예비 청약자가 실거주 의무 걱정 없이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올해 강남 3구 분양 예정 물량은 1만8792가구에 달한다.
이인혁/한재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