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비아파트 거주 비율은 48.7%. 하지만 아파트와 달리 빌라 관리는 아직도 디지털전환(DX)이 안 된 경우가 많다. 건물관리업체들은 여전히 수기로 작업하고, 입주자 대표가 가구마다 관리비를 받으러 다니기도 한다.
유성국(왼쪽)·이윤곤 공동대표가 창업한 한국주택정보는 손이 많이 가는 빌라 등 비아파트 관리를 자동화하고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만든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관리비책’ 솔루션에선 관리비 수납부터 입주민 공지, 민원 대응 등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파트는 같은 형태의 가구들이 한 단지 안에 있지만 빌라는 건물 위치가 제각각이라 관리 효율화가 쉽지 않다”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건물들을 한눈에 보고 관리비 수납부터 엘리베이터 점검까지 쉽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아파트가 아닌 건물에서 오래 살았다. 유 대표는 10년 넘게 입주자 대표를 맡기도 했다. 직접 관리비 청구서를 프린트하고 문 앞에 꽂아놓는 등 불편이 컸다고 한다. 유 대표는 “젊다는 이유로 입주자 대표가 됐는데 관리비를 직접 걷으러 다녔다”며 “밀린 관리비 7개월치를 받으려고 CCTV로 지켜보면서 잠복한 적도 있다”고 했다.
KAIST 출신으로 스마트팩토리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온 이 대표와 한양대에서 공학석사를 마친 유 대표가 SaaS 형태의 관리비책을 만든 이유다. 출시 4개월 만에 이용 고객이 1만5000가구를 돌파했다. 유 대표는 “일률적인 관리 솔루션이 아니라 여러 건물 환경과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고객사들로부터 관련 업무 효율이 20배 넘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집합건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관리비책에 관심을 보이는 관리업체가 더 많아졌다. 집합건물의 회계장부 작성 및 보관이 의무화되면서다. 이 대표는 “작은 오피스텔에서도 회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는데 아파트용 프로그램은 너무 무겁고 필요 없는 기능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100번 넘게 솔루션을 업데이트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반영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두 대표는 아파트에 살지 않더라도 높은 거주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유 대표는 “입주민들로부터 ‘빌라에 사는 것도 이렇게 편해졌네. 세상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자 보수나 전등 관리까지 주거 경험과 관련한 모든 것을 솔루션에 통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