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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홍콩 ELS 투자 묵과한 정부, 배상안 만들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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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들어 확정된 손실 규모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연말엔 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 손실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과 증권사에 일부 불완전 판매 정황이 있는 만큼 금융회사가 손실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민간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배상 기준까지 만들고 있다. 과연 정부는 책임이 없을까.

따지고 보면 이번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설계한 제도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없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9년 12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ELS를 발행할 때 기초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자산을 다섯 가지 주가지수로 제한했다. 한국의 코스피200, 미국의 S&P500, 유럽의 유로스톡스50, 일본의 닛케이225지수와 홍콩 H지수를 뜻하는 HSCEI 등이다.

정부가 ELS의 기초자산을 제한해 금융사들은 홍콩 H지수보다 안전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기초로 ELS를 판매할 기회가 쪼그라들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은행에 이자 장사를 그만두고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라고 압박했다. 홍콩 H지수 ELS 발행 잔액이 2020년 16조9000억원에서 작년 9월 20조8000억원으로 늘어난 이유다.

결국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의 손실이 현실화했다. 그런데 정부는 과연 홍콩 H지수의 위험성을 몰랐을까. 금융당국은 위험성을 알고도 국민의 홍콩 H지수 투자를 묵과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16년 11월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제고 및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통해 “특정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생 증가에 따라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예시로 든 기초자산이 홍콩 H지수였다.

금융당국이 2016년 홍콩 H지수 ELS의 과도한 판매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2019년 ELS 기초자산 제한 목록에 홍콩 H지수를 넣은 것이다.

손실 사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화살을 겨누고 있다. 투자자에게 물어낼 손실 배상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금융사의 자율배상 압박까지 병행하면서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은 깡그리 뭉갰다. 소비자와 금융사 사이의 분쟁 해결은 금융당국 본연의 역할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다. 위험성 묵과와 부실 감독에 대한 반성조차 없는 금융당국이 배상안을 만들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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