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찔러 기소된 김모(67)씨 측이 첫 재판에서 범행을 인정하지만, 검찰이 규정한 범행 동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20일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김씨의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어제 검찰로부터 7000장 분량의 기록을 받아 검토했다"며 "김씨는 범행 사실은 자백하지만 범행 동기는 다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특히 김씨는 검찰의 공소장 중 범행 배경 부분에서 자포자기 심정과 영웅 심리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순수한 정치적 명분에 의한 행동이라 주장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일 부산 방문 중인 이 대표의 목 부분을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국선 변호인을 대동했던 김씨는 이날 가족이 선임한 사선 변호인과 함께 법정에 나왔다. 풀색 수의에 짧게 자른 머리를 한 채 출석한 그는 재판이 시작되자 정면을 응시하며 재판장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재판에 앞서 김씨와 면담한 변호인은 "김씨가 이번 범행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변호인은 김씨가 범행 전 작성한 A4용지 8쪽짜리 문건인 일명 '변명문'을 두고 "김씨가 공개되길 원하고 있지만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돼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재판과정에서 공개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범행 현장을 서둘러 훼손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경찰을 고발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법적조치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는 재판이 끝난 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지인과 손을 잡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