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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역량평가 No! '일하는 방식 진단'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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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평가, 정말 의미가 있나요?”

많은 인사담당자들의 고민거리다. 기업들은 오랜 기간 성과와 역량, 두 축으로 평가제도를 운영해왔다. 개인별 업무성과에 따른 성과평가(또는 업적평가)와 회사가 강조하는 가치, 역량 등에 따른 역량평가로 구분하고, 이를 종합해 최종 평가결과를 내는 식이다. 이는 업무수행 결과로서 무엇을 해냈는가의 ‘결과’와 어떤 방식과 태도로 일했는지의 ‘과정’을 균형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역량평가가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대체로 역량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점수를 주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여러 평가오류를 낳는다. 승진을 앞둔 팀원에게 높은 점수를 몰아주거나, 성과 점수가 낮은 팀원에게 종합점수 ‘보전용’으로 높은 역량 점수를 주기도 한다. 구성원들의 실제 역량 발현 수준이나 개발 노력과는 별개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적인 평가 운영에 대한 신뢰도 낮아지고, 당초 기대했던 역량 개발을 위한 소통과 피드백도 기대하기 어렵다. 역량평가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기존 역량평가를 탈피해 새로운 개념과 운영 방식으로 전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바로 ‘일하는 방식 진단’이다. 일하는 자세, 업무 스타일, 웨이 오브 워킹(way of working) 등 다양한 이름으로 쓰인다. 결과 점수를 내는 ‘평가(Evaluation)’의 관점에서 벗어나, 어떠한 특성을 보이는지 들여다보는 ‘진단(Assessment)’에 가깝다. 구성원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제로 보이는 행동과 태도를 파악하고, 개개인이 어떤 강점과 약점을 보이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얼핏 기존의 역량평가와 비슷해 보이지만, 운영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하는 방식 진단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우선, 회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일하는 자세를 정의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회사가 강조하는 가치가 구성원의 업무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기존의 역량평가를 위한 기준요소를 정의하는 역량 모델링과도 유사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일하는 자세 진단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지향점과 항목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세부적인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요령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일하는 방식 진단은 상사 뿐만 아니라 동료의 리뷰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평가자 1인의 주관적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진단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상사에 의해서만 진행할 경우 자칫 기존의 역량평가와 유사하게 ‘고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함께 협업했던 동료들이 연중 관찰한 행동과 태도에 대해서 진단 의견을 주고받으며, 보다 건설적인 진단과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반드시 같은 조직의 부서원들만 포함할 필요는 없다. 업무 과정에서 함께 협업을 했던 타 부서의 동료들과도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진단의 객관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건전한 피드백 문화 형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진단은 어렵고 부담스러운 ‘평가’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진단 대상자의 스타일을 쉽고 빠르게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성검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단항목별 짧은 한 문장을 제시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관찰되는 빈도에 따라 직관적으로 응답 가능하도록 한다. 가령 ‘홍길동 님은 조직 내 위계를 떠나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일이 되게 하는 데 집중한다’라는 문장을 제시하면, 이에 대해 대상자가 함께 일하는 동안 보여준 모습을 고려하여 이에 대해 판단하는 식이다. 혹은 두가지 상반된 특성의 일하는 스타일의 모습을 제시하고, 대상자는 업무과정에서 주로 어떤 유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는지를 선택하는 방식의 응답 구성도 가능하다. 항목별 평정 이외에, 간단한 서술형 코멘트도 남기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기간 내 보여준 인상적인 행동·태도에 대해 의견을 남기면, 판단의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고 원활한 소통과 피드백에도 도움이 된다.

일하는 자세 진단 결과는 다른 평가결과(고과)와는 구분되는 별도의 리포트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역량평가가 종합평가점수를 내기 위한 하나의 점수에 그쳤다면, 일하는 자세 진단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흔히 리더십 진단 이후 개인별 결과 리포트를 전달하는 것처럼, 일하는 방식 진단 결과도 별도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무엇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 함께 일한 동료들의 피드백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의 역량평가에서는 받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가치를 주는 것이다. 한 국내기업은 일하는 방식 진단을 도입하며, 30여개의 일하는 방식 유형을 정의하여 진단 결과를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약점의 패턴에 따라 마치 MBTI와도 유사한 방식을 활용했다고 보면 된다.

진단 결과의 인사제도 연계, 활용 방식도 고민거리가 된다. 평가, 보상 등에 직접적으로 연계하자니 기존의 역량평가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고, 특별한 활용성을 가지지 않으면 중요도가 떨어져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 진단으로 변화의 취지를 고려하면, 가급적 ‘간접적 활용’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 정확하고 투명한 진단과 피드백에 집중하는 만큼, 평가점수 등에는 직접적으로 연계하지 않는다. 대신 승진, 보임 등의 결정 과정 상 Talent Review Session에서는 적극적으로 이를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평가제도에 연계할 경우에는 기존 역량평가처럼 일정 부분의 점수를 차지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최종 결과를 확정·조정함에 있어 하나의 고려요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 일하는 방식 진단의 진행 시점을 성과평가보다 앞선 시기에 선행되도록 하여, 본연의 목적에 맞게 진단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처럼 일하는 방식 진단은 기존의 역량평가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다 손쉽고 발전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모습을 지향한다. 점수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과정과 소통,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인의 처우에 과도하게 연계되어 본질을 흐리던 기존의 모습을 벗어나, 구성원이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는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추진하는 평가제도 혁신의 방향과도 상통한다.

일하는 방식 진단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제도 변화가 아니라, 회사가 지향하는 마인드셋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로서도 의미를 가진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고, 약점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조직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평가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방식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각자의 모습을 돌아볼 때다. 우리의 평가는 어떠한 모습인지, 특히 그 안에서 역량평가는 본래의 목적과 의미를 잘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손송민 머서코리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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