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14세에 의대에 입학한 A군. 그는 의대와 내과 전공의 과정을 천재적인 암기력으로 큰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 A군은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고 싶다며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미국에서 의사과학자로 수련받고 있다.
내과 전공의 B선생은 기초학 실험실에서 의사과학자 전일제 박사과정을 마치고 임상과로 돌아와 교수가 됐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난치병 치료 신약의 전임상시험에 응용되는 세계 유일한 동물 모델을 완성했다.
내과 전문의 C교수는 신개념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지식재산권도 보장받았다. 그 업적으로 지난해 국가개발 100선 중 10위 안에 들었다. C교수는 희귀 난치질환 동물모델을 분석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국내 바이오기업과 협업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국가 신약개발사업도 수주했다. C교수가 소속된 의료기관은 기술이전 계약으로 총개발수익의 5%를 받게 됐다. 신약 후보물질의 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신약이 개발되면 기존 약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의 사례는 모두 의사과학자와 관련한 것이다. 의사과학자는 의학과 과학의 접점에서 혁신적 발전을 끌어내는 미래 의학의 핵심이다. 세계 각국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헬스케어와 바이오산업 발전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기초의생명과학 분야와 임상 응용 분야의 융복합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연구개발에 필요한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핵심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의대생들에게 의사과학자의 명확한 의미와 미래 역할을 알려주고 꿈을 품고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의사과학자가 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의 격려와 지원은 필수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기관의 의지도 중요하다.
연세대 의과대학은 25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의사과학자를 양성해 왔다. 2022년 11월 개별로 진행하던 여러 프로그램을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으로 통합해 학부생부터 조교수까지 전 주기에 걸쳐 전문적인 교육과 수련 과정을 수립하고 연구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커리큘럼으로 연구심화 과정을 한 학기 도입해 의대생들이 연구 의지를 실현해 보도록 했다.
머지않아 의사과학자들이 성과를 내며 세계적인 연구소나 바이오기업의 리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차원에서 의사과학자 육성 정책을 지원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비 지원이 이뤄진다면 혁신적인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은 물론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탄생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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