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서 수익률 10%만 달성해도 "투자 잘한다"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하루만 투자해도 수익률이 170%에 육박합니다. 도대체 어떤 투자처길래 이 정도 수익률을 올리냐고요? 요즘의 공모주 시장이 이렇습니다. 물론 공모주는 경쟁률이 높아 많은 돈을 청약해도 배정받는 수량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일확천금'과는 거리가 있지만 목돈 만들기에는 제격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공모주 상장일만 되면 종목게시판에는 점심값, 치킨값, 소고기값을 벌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 인증글이 줄을 잇습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기업 6곳(재상장·스팩·이전상장 제외)의 상장일 종가 평균수익률(상장일 종가에 모두 매도했을 때 수익률)은 169% 수준입니다.
공모가 대비로 상장일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우진엔텍'과 '현대힘스'입니다. 원전 가동에 필요한 정비 사업을 영위하는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인 지난달 24일 300% 상승한 2만1200원으로 이른바 '따따블'(공모가의 네 배)을 달성했습니다. 선박기자재 업체인 현대힘스도 첫날 공모가(7300원)의 네 배인 2만9200원에 장을 끝내 '따따블'을 기록했습니다.
2차전지 부품 기업인 '이닉스'와 온라인 가구 유통 기업 '스튜디오삼익'도 상장 첫날 165%, 122% 급등했습니다. 벤처캐피털(VC)인 'HB인베스트먼트'와 포스(POS) 단말기 제조사 '포스뱅크'도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각각 97.1%, 29.7% 상승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상장일 시초가에 바로 던진 경우에는 수익률이 더 높았습니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을 살펴보면 △우진엔텍(300%) △현대힘스(297%) △이닉스(233%) △HB인베스트먼트(197%) △스튜디오삼익(189%) △포스뱅크(164%)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종목 전부 공모가액을 훌쩍 뛰어넘는 시초가에서 시작해서 투자자들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 것이죠.
모두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초과해 확정됐고, 이 중 일부에선 지난해 말 발생한 '따따블' 사례도 포착됐습니다. 한 마디로 연초 IPO 시장 분위기는 아주 뜨거운데요. 각 공모주 상장일에는 종목게시판에 '잘 먹고 나갑니다', '공모주 상장일은 치킨 먹는 날', '수익률 300%라니…한 주뿐이지만 행복한 숫자' 등 수익 실현 인증글로 가득찹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역대 최고" 수준의 연초 성적이라면서 당분간도 높은 수익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 국면이 맞물릴 가능성이 높아서 대형 IPO 기업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번 달만 해도 코스닥시장에 케이웨더·코셈·이에이트, 유가증권시장에 에이피알이 증시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에서도 오는 27일 상장 예정인 뷰티기업 에이피알에서 투자자들의 엄청난 투자 수요가 확인됐습니다. 올해 첫 대어급 IPO 기업이기 때문에 에이피알의 성과가 향후 대어급 IPO 종목들의 추가 상장 추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피알은 지난 14일부터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했는데 경쟁률 1112.54대 1을 기록하며 증거금 14조원을 모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허수성 청약이 금지된 뒤로 최고 경쟁률입니다. 최소 청약 기준 균등 배정 주식 수는 0.06주로 집계됐습니다. 100명 중 6명만이 1주를 받고 나머지는 균등 배정 물량을 못 받는다는 뜻입니다. 이뿐 아니라 케이웨더와 코셈, 이에이트도 높은 균등 물량 경쟁률을 보여, 단 한 주도 받지 못하는 '빈손 청약자'들이 속출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업권과 업황에 큰 관계없이 신규 상장 중소형주들의 수요예측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부는 고평가 논란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포스뱅크부터 에이피알에 이르기까지 올 들어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10곳의 경쟁률 평균은 918대 1에 달합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이후 첫 상장 종목이었던 시큐센부터 고변동성을 나타냈고, 자연스레 그해 하반기 신규상장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며 "연말 양도세 이슈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장에서 자금이 IPO 시장으로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지난 한 해 상장한 종목 중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며, 올해 상장할 종목들에 대해서도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마냥 좋은 시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확한 정보가 아닌 무임승차 격으로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가격 거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청약하면 무조건 돈 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는 기업이 제 값에 평가받게 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하길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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