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직원의 출산을 독려하는 기업을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들여다보는 한편 기재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출산율 제고 아이디어도 공개 모집하고 있다. 저출산이 경제 성장과 직결된 최대 현안인 만큼 세제와 예산을 쥔 기재부가 '인구부' 역할을 도맡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 예산실은 최근 예산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접수받기 시작했다. 복지예산과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한 쪽 벽면에 커다란 종이를 붙여놔 직원들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연령대별, 지원형태별로 필요한 대책을 제안할 수 있게 메트릭스 형태로 구분해놨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문제를 전담하는 미래전략국을 넘어 예산실까지 저출산 대책을 공개 모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예산실 관계자는 "갱지를 붙여놓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저출산 아이디어를 모은 것은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며 "계급장을 떼고 편하게 이야기하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유자녀 직원들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제안에서부터 과감한 방안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아이들의 식사 해결이 어려운 방학이나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 "아침에 아이를 충분히 챙기고 출근할 수 있게 등교시간을 조정해달라" "어린이집 하교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를 활성화해달라"는 등의 요구가 나왔다.
'날것'의 아이디어를 접수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적거나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대책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취합된 기재부 공무원들의 의견은 여야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 전문가 제언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세제실에선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저출산 완화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출산장려금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만큼 조만간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저출산 극복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인구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큰 틀의 계획을 세우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기재부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출산율 1명 달성을 목표로 기재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며 "여성이 일 대신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