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3%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독일 경제가 부진을 겪으면서 동유럽까지 후폭풍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이날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정책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공개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다음주 연례 경제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전망을 수정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예상치를 수정한 이유로 지난해 11월 연방헌법재판소의 예산안 위헌 결정을 꼽았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조기에 종료하는 등 헌재 결정으로 구멍 난 예산을 메꾸기 위해 긴축예산안을 짰다. 하베크 부총리는 이날 독일 경제 사정에 대해 “사람들이 적게 소비하고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며 “극적으로 나쁘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초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3%로 직전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독일 ifo연구소와 세계경제연구소(IfW)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각각 0.7%, 0.9%로 하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독일 GDP가 0.2% 줄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경제 부진은 과도한 중국 의존과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력 비용 급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독일은 최대 교역 파트너였던 중국 경기가 꺾이자 무역수지가 악화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분야 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컸다.
주요 교역국인 독일 경제가 부진하자 동유럽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루마니아의 실질 GDP는 0.4% 감소해 역성장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0%로 경제 성장이 정체했고 불가리아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독일은 동유럽 주요국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헝가리는 오르반 빅토르 내각이 유럽연합(EU)의 법치주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조금마저 끊겼다. 오스트리아 은행인 에르스테그룹의 유라즈 코티안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긴축을 완화하며 동유럽의 민간 소비도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 경제가 부진한 것이 하방 리스크”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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