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을 벌인다. 삼촌과 분쟁을 벌였던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환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금호석유화학도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라는 것이다.
○“18% 자사주 무조건 소각해라”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 개인 기준 최대주주(지분율 9.10%)인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를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인으로 추가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 지분 0.03%를 확보하고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지난주 금호석유화학에 주주제안을 제기했다. 차종현 대표가 이끄는 차파트너스는 맥쿼리인프라, 남양유업, 사조오양 등을 대상으로 행동주의에 나선 전력이 있다.
차파트너스는 전체 지분의 18.4%에 이르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고 주주 제안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제출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들은 경영진이 자사주를 백기사 확보 등 경영권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것을 막고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내는 데 의기투합했다. 2021년 말 금호석화는 OCI와 자사주를 상호교환한 전력이 있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 구성은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박준경·주형)이 15.7%, 박철완 전 상무 측이 10.8%다. 박 전 상무 측은 누나들(박은형·은경·은혜)과 모친 김형일(0.1%), 장인 허경수(0.1%)로 분류된다. 양측의 의결권 격차는 4.9%포인트로 크지 않다.
감사위원 선임의 경우 3%룰이 적용되는 만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외인의 표심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9.27%를 보유한 2대주주다. 지금까지 오너 일가 간 분쟁에서 중립 입장을 견지했다. 양측이 이사진으로 추천한 인물에게 각각 찬성표를 던져 왔다. 소액주주와 외인 비중은 각각 약 25%, 20%에 이른다.
○행동주의펀드에 위임해 주주제안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다. 부친은 2002년 별세했다. 박 전 상무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이후 경영에 배제됐다가 박찬구 회장에 합류했다. 이후 박 회장 장남인 박준경 당시 전무 중심으로 후계 구도가 구축되면서 경영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2021년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공동보유 특별관계를 해소하고 본격적인 분쟁을 벌였다. 2020년 박 회장 장남인 박준경 전무 중심의 금호석화 후계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2021년부터 2년간 분쟁을 벌였지만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정기 주총에서 본인이 내세운 사내·사외이사진 선임을 주주제안으로 올렸지만 표 대결에서 졌다. 충실의무 위반 의혹으로 이사회 임원에서 해임됐다. 주총 시즌마다 배당 확대안과 경영진·이사회 변화를 내건 주주제안 캠페인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는 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금호석화도 최근 저PBR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뛰었다. 자사주 비중이 높고 PBR이 작년 3분기 기준 0.58배에 불과하다. 박 전 상무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환원 요구를 대놓고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