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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철 건설현장 외국인력 족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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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상반기 석유화학, 제철, 발전소 등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단순 업무를 하는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게 된다. 2007년 정부가 이들 시설을 ‘국가 보안시설’로 묶어 외국인 취업을 막아 왔는데 17년 만에 이를 풀어주기로 해서다. 업계에서는 최대 2만 명에 달하는 외국 인력이 유입돼 전국 12개 사업장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지 2023년 11월 11일자 A1, 3면 참조

14일 플랜트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은 최근 회의를 열고 비전문 취업(E-9) 비자 및 중국 동포 방문취업(H-2) 비자를 소유한 외국인이 석유화학, 제철,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 플랜트 현장을 찾아 실태를 파악한 뒤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사업장별로 국가 보안시설을 해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위해 충남 당진 등지의 현장을 둘러 봤다.

정부 관계자는 “일손 부족으로 모두 52조원이 투입되는 12개 대형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며 “외국 인력은 자재 관리, 청소 등 단순 업무를 맡는 만큼 보안 정보가 뚫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각 기업에 한국 인력을 우선 뽑도록 한 뒤 부족한 인원만큼만 외국 인력으로 채우도록 할 계획이다. 예컨대 1만 명의 건설인력이 필요한 사업장이 한국인으로 6000명밖에 못 채웠다면 나머지 4000명을 외국인으로 뽑을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규제가 완화되면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아 온 플랜트 기업은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작년만 해도 플랜트업계에서 필요한 인력은 14만6788명이었는데 13만4100명만 공급돼 1만2688명이 부족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매일 1만7000명의 건설인력이 필요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첫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에쓰오일은 2026년까지 울산에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플랜트건설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 인력 도입은 건설 현장의 청년 일자리만 빼앗아 갈 것”이라며 “상경 투쟁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우섭/정희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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