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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고 뭐고 그냥 팔게요"…은마아파트 무섭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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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내리꽂고 있다. 재건축 조합이 내홍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수요자들이 외면하면서 매물들의 호가가 하락하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23억7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24억4000만원(7층)에 거래되며 전고점의 90%까지 가격이 상승했지만, 넉 달 만에 7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호가는 더 내려갔다. 지난해 9월 전고점 수준인 26억원대로 치솟았던 전용 76㎡ 호가는 최근 22억원으로 4억원 이상 주저앉았다.

지난해 10월 28억원(9층)에 거래됐던 전용 84㎡도 최근 호가는 26억원으로 하락했다. 다만 수요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서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거래가 뜸한 사이 매물도 늘어가고 있다.
"매수자 없다"…줄었던 매물 다시 늘어나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8월 약 280건에서 지난달 1일 약 110건까지 줄었다가 이달 들어 160건대로 재차 늘었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하는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10년 보유, 5년 거주한 1가구 1주택 집주인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은마아파트 소유자 가운데 일부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공급이 제한된 상태임에도 매물이 적체될 만큼 수요가 없다는 의미다.


은마아파트는 2022년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 규모의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며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재건축 사업 걸림돌로 꼽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관통 문제를 놓고 재건축 추진위가 국토부를 고소하면서 법적 분쟁 우려가 커졌지만, 지난해 10월 고소를 취하하면서 재건축이 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상승 매매도 이어졌다.

하지만 '금마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은마소유자협의회(은소협)가 최정희 조합장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직무가 정지된 최 조합장은 곧바로 항고한 상태다.

은마아파트에서는 전임 재건축 추진위와 은마반상회, 은소협, 은마사랑모임 등의 비대위들이 물밑 다툼을 벌여왔다. 은마반상회의 지원을 받은 최 조합장이 당선되며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결국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면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내분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측의 법정 공방이 장기화하면 재건축 사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합 내홍이 법정 다툼으로…집주인들 "재건축 포기"
조합 내 법적 분쟁이 장기화하면 정비 사업은 사실상 멈춰 서게 된다.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2월 소송으로 조합 전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가 내려진 이후 잇따른 소송 리스크로 조합 집행부가 사실상 공석이 됐다. 조합 집행부 부재로 지난해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못했고 현대건설에 지급해야 할 공사비도 주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우려가 커진 일부 집주인들은 집을 내놓고 있다. 대치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80대 고령 집주인들 가운데 재건축을 포기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고령 집주인들은 가격을 다소 깎더라도 집을 팔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합장 리스크가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서 선뜻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장이 공석인 상태가 되면서 조합이 추진하던 49층 재건축도 먹구름이 끼었다. 당초 조합은 기존 최고 35층으로 심의받은 재건축을 최고 49층으로 상향하고, 가구 수도 늘리는 정비계획 변경에 나서 재건축 사업성을 높일 예정이었다. 총회를 열고 정비계획 변경에 대 보고를 할 방침이었지만, 조합장 직무가 정지되면서 49층 재건축도 미궁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법적 분쟁이 장기화해 재건축 사업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상호 간에 발목잡기식의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을 위한 것이 아닌 파벌 싸움을 위한 소송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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