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외부감사를 담당해 회계 적정성을 판단하는 게 주요 업무인 회계법인 10곳에서 각종 횡령 등 자금유용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중소형 회계법인 12곳을 점검한 결과 83%에 달하는 열 곳에서 총 50억4000만원 규모 각종 부당거래를 발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부당거래에 연루된 회계사는 전부 55명이었다.
부모, 형제 등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급여나 용역비를 지급한 경우가 많았다. A 회계법인 소속 이사는 80대인 자신의 아버지를 거래처 관리 담당으로 임명하고 가공급여 총 8300만원을 지급했다. B 회계법인 소속 이사는 동생을 운전기사로 고용하고 5700만원 상당의 가공급여를 줬다.
회계사가 본인 소유 페이퍼컴퍼니에 회계법인의 용역 수수료를 부당 지급한 사례들도 무더기 발견됐다. C 회계법인 이사는 금융상품 가치 평가에 필요한 금융시장정보를 본인의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고가에 구입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타사를 통해 300만원에 입수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용역비 1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D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비상장주식 매각 성공보수 5억2000만원을 용역도 제공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취했다.
회계사가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경영 자문을 명목으로 소상공인으로부터 최고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아낸 사례도 발각됐다. 이는 공인회계사법상 겸영 금지를 위반한 사항이다.
금감원은 횡령·배임혐의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하고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에 대해선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지방자치단체 등 소관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회계법인을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하는 회계사들이 감사 업무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고 회계법인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강구해, 자금·인사, 성과급 지급 등 통합관리체계가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