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한국에도 ‘유탄’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1기 재임 시절부터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뒤 이날 발언을 정책으로 현실화하면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의 발언은 NATO 회원국이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적대국으로 하여금 무력 사용을 독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만약 전쟁 중인 러시아가 이 발언을 잘못 받아들이면 트럼프가 러시아의 ‘현상 변경’ 행위를 용인해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연대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한국을 ‘초토화’하기 위한 시도를 해도 트럼프가 한국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방위비 부담이 높아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맹국의 분담금 증액은 트럼프가 예전부터 주장해 온 내용이지만, 적대국의 무력 사용까지 언급한 건 선을 넘은 것”이라며 “결국 ‘적당한 가격을 지급하지 않으면 공격당할 것이니 돈을 내라’는 뜻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을 ‘선거용’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실존하는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거친 표현을 일삼는 트럼프의 성향 탓에 항상 말과 실제 정책에 차이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동맹을 ‘비용편익적’으로 보는 인식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여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외교부 관리들은 연일 한반도 안보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10일 현지 매체에 “미국이 계속 도발한다면 북한 지도부가 국가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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