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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약물 접합체·수술용 로봇에 '특허 방패'…세계시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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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약물 접합체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암제 등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쟁이 뜨거운 분야다. 피노바이오는 2022년 특허청의 IP(지식재산)-R&D 사업에 참여해 ADC 관련 국내외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같은 해 10월 셀트리온은 이 회사 ADC플랫폼으로 15개 항암제 타깃을 검증하기로 하고 기술 실시 계약을 맺었다. 15개 타깃 기술 실시 옵션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은 12억4280만달러. 임상, 신약 허가, 상용화 등 후속 단계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IP-R&D는 특허청이 수 억 건 이상 특허 빅데이터를 토대로 고부가가치 IP를 확보할 수 있게 R&D 방향을 잡아주는 사업이다. 특허청은 12일 내놓은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 IP-R&D로 12대 국가전략기술(AI·양자·반도체·우주항공 등) 효율 극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피노바이오는 12대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첨단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피노바이오는 ADC 플랫폼에 대한 특허 침해 피소 대응 전략이 부재해 투자유치, 연구개발 등 사업화에 필요한 절차가 지연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피노바이오가 보유한 ADC 기술과 유사한 선행기술을 확인하고 사업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나중에 혹시 당할 지 모르는 특허침해 소송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이와함께 경쟁사 보유 특허를 비교 분석한 뒤 ADC 권리화에 필요한 연구개발 전략을 도출했다. 이런 특허청의 지원이 셀트리온의 피노바이오 투자로 이어진 셈이다. 피노바이오는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엔도로보틱스는 외국계 기업이 점령하고 있는 수술용 로봇 시장에 도전장을 낸 곳이다. 외국 기업들도 상용화하지 못한 카트리지 타입 유연 케이블 내시경 수술로봇을 자체 개발했다. 그러나 와이어 작동 구조, 로봇 팔 동작 제어 등에 대한 특허 피소 가능성이 상존했다.

엔도로보틱스는 IP-R&D 사업으로 이런 리스크를 해소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유연 케이블 내시경 수술 로봇 플랫폼 ‘RoSE Platform’을 개발했다. 전임상으로 성능을 검증했고 미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위한 양산형 제품 생산을 마쳤다.

이 플랫폼의 엔드이펙터 크기는 17.5㎜로 세계에서 가장 작다. 기구 입출 시간은 단 3초, 현재 상용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다. 수술 시간 역시 6~7분 가량으로 현재 상용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특허청 관계자는 “엔도로보틱스는 강한 특허 확보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이 기대된다”며 “최근 3년간 신규 채용 13명 전원이 청년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치과용 콘빔CT 제조업체인 제이피아이헬스케어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IP-R&D 지원을 받았다. 이동형 콘빔CT에 맞춘 환자 침상에 대한 IP 전략 수립과 제품 디자인 개발을 IP-R&D 사업을 계기로 했다. 이후 미국 캐나다 페루 멕시코 등 북남미와 태국 등 동남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세계 전역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주강품 제조기업인 대창솔루션은 특허청 IP-R&D 사업에 참여한 뒤 질소 농도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유도용해, 정련 등 단위 공정별로 이 기술을 적용해 공정 기간을 기존에 비해 4개월 단축했다. 숙련 노동자의 노하우에 의존하던 기술이 시스템화된 것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누비랩도 IP-R&D 사업의 덕을 봤다. 누비랩은 식사 전후 음식물 양 및 영양 섭취량을 인공지능(AI)으로 계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잔반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스타트업은 IP-R&D 사업에 참가한 뒤 국내 특허 11건, 해외 7건을 출원했다. 지난해 구글이 지원하는 순환경제 분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누비랩이 선정됐다.

특허청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시형 특허청 차장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특허 등 지식재산은 우리 기업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며 “지식재산 주무부처로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강대국형 선진국 도약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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