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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사라지고 택배 멈출 수도…" 한국도 '초비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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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⑭에서 계속
일본은 1976년부터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 물류 선진국이다. 일본이 물류 선진국일 수 있었던 건 물류를 빠르고 정확하게 나르는 고도의 물류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운전기사의 숫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4월부터 일본 기업들은 한정된 트럭 운전기사로 기존 물류망을 최대한 유지하는 물류 전략 없이는 생존이 불투명하게 됐다.



지금까지 일본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원재료를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지를 따지는 공급망 전략은 세웠지만, 누가 어떻게 실어나를 지를 고민한 물류 전략은 없었다. 세계적인 물류회사인 UPS가 배달·집하, 재고관리를 효율화하는 시스템으로 인력과 비용을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UPS는 물류전략을 위해 전세계에 10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종합적인 물류 전략을 세워 '2024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물류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일본의 물류 환경을 자세히 살펴본 건 한국 사정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에 해당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시행해 잔업시간의 상한을 적용한 것은 2019년 4월부터다. 다만 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트럭 운전기사 등 일부 업종은 시행을 5년 늦췄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2024년 4월이다.



반면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한 한국은 육상 운송업(노선버스 제외) 등을 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으로 지정했다. 일본처럼 유예기간을 둔 게 아니기 때문에 법을 바꾸지 않는 한 트럭 운전기사는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노선버스 운전기사 등은 처음에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를 인정 받았다가 적용 대상으로 바뀐 경우다. 졸음운전 사고가 잇따르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탓이었다. 한국의 트럭 운전기사는 잔업시간이 사실상 무제한인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일본보다 업무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운전기사의 고령화 또한 일본 못지 않게 심각하다. 작년 8월말 기준 서울시 택시기사 6만9255명의 23%가 70세 이상이었다. 65세 이상은 3만4811명에 달했다. 서울 택시 두 대 중 한 대는 노인이 몰고 있다는 뜻이다. 버스와 트럭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은 정확한 통계를 찾기도 어렵지만 전세 버스 기사들의 평균 연령대도 60대로 파악된다.

인프라 역시 준비 만반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바로 화물열차로 옮겨 실을 수 있는 연장 철로 정비가 부족하다.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⑪에서는 일본 화물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트럭의 평균 적재율이 40%를 밑도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박스와 팔레트(지게차로 박스를 한꺼번에 실을 때 사용하는 도구)의 규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라표준인증을 통해 박스의 크기를 규정하고 있지만 최대 치수만 정하고 있어서 실제 박스 크기는 제각각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봤듯 인력난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상생활에 예기치 못한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찾아온다. 이대로라면 언제라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새벽배송이 사라지고, 택배가 멈추는 '한국판 물류 20**년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이 먼저 겪고 있는 물류 2024년 문제의 원인과 이에 대한 정부, 기업, 소비자의 대응을 우리가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 끝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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