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공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세수 감소로 인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투자여력 감소를 지방 공기업의 역할 확대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복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일 고기동 행안부 차관 주재로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를 열어 지방 공기업이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를 자본금의 10%에서 최고 50%로 확대하고, 지방 공기업이 발행할 수 있는 채권 규모를 늘리는 내용의 지방 공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고 7일 발표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를 정부가 지방 공기업 사업 규제를 완화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해법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7년까지 각 지자체가 주택공급토지개발·상하수도·산업단지 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잡아 놓은 투자계획은 총 94조원에 달한다. 올해 20조2511억원, 내년부터 3년간 73조4756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금 마련은 여의찮은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 등을 맡고 있는 각 지역의 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기업은 부채 한도가 꽉 차 있거나 출자한도 제한으로 투자여력이 소진한 경우가 많다. 행안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차적으로 각 지자체에 지방공기업 자본금을 추가로 출자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자본금이 늘어나면 해당 공기업은 사업 진행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등에 출자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공사채 발행 한도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행안부는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기업의 다른 법인 출자 한도를 자본금의 10%로 묶은 규정을 최고 50%로 풀어주고, 공사채 발행 한도(산업단지 개발시)도 광역개발공사는 300%에서 350%로, 기초개발공사는 200%에서 230%로 높여주기로 했다. 또 공사채를 발행할 때 지자체 대행 사업의 교부금(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을 위해 먼저 교부하는 사업비)을 부채에서 제외하고, 지방 공기업이 다른 법인에 소액 출자했다면 타당성 검토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관건은 재무건전성 관리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은 좋지만 경기가 나빠질 때 줄줄이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평소에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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