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시장이 아닌 곳에서도 4대 은행이 과점 체제로 운영 중인 곳이 있다. 바로 여자프로농구다. 다만 금융시장의 과점 논란과 달리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평가다.
은행팀 점유율 83%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자프로농구는 은행 리그, 금융지주 리그로 불린다. 전체 6개 팀 중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제외한 5곳이 모두 은행팀이어서다. ‘KB국민은행 스타즈’ ‘신한은행 에스버드’ ‘하나원큐’ ‘우리은행 우리WON’ ‘BNK썸’ 등 5팀 모두 은행과 지주사(BNK)를 팀명에 붙였다. 은행팀 점유율만 놓고 보면 83.3%에 달한다. 올해 리그 스폰서도 우리은행(우리 WON)'이 맡고 있다.특히 여자프로농구는 4대 은행의 모기업인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한 종목에서 경쟁하는 유일한 스포츠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둔 지방 최대금융그룹인 BNK금융도 리그 소속 인만큼 8개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 회사 중 농협, DGB금융(대구은행 모기업) JB금융(광주·전북은행 모기업) 등 3곳을 뺀 5개 금융지주가 참여하고 있다.
김연경을 앞세운 여자프로배구에 비해 언론의 주목도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4대 은행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만큼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은 여자농구팀 성적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KB·우리 ‘2강’…하나 ‘선전’
올 시즌(2023~2024년) 여자프로농구는 KB와 우리은행 2강 구도로 치러진 가운데 KB의 정규리그 1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몸집을 뜻하는 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이 '여농'에서도 1위를 굳힌 것.
KB는 국보급 센터 박지수를 앞세워 지난 7일까지 11연승 중이다. 이날까지 22승 2패를 기록한 KB는 2위 아산 우리은행(18승 5패)와 승차를 3.5경기로 벌렸다. KB는 남은 6경기에서 4승만 거두면 우리은행이 남은 7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다.
작년 시즌 우승팀인 우리은행은 김단비를 앞세워 KB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3.0% 감소한 2조5159억원을 기록했다. 4대 은행 중 꼴찌지만 여농 코트에서는 강자인 셈이다.
올시즌 주목받는 팀은 하나은행의 하나원큐다. 하나원큐는 작년 시즌 전체 30경기 중 6승 24패를 기록, 승률이 2할에 그치는 압도적 최하위였다.
하지만 올해는 23경기를 치른 가운데 7승 16패로 이미 작년 승수(6승)를 넘어섰다. 팀 순위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4위에 올랐다. 최근 4연패를 겪는 등 부진도 있었지만 여신 미모로 유명한 가드 신지현과 센터 양인영 콤비가 팀을 이끌고 있다.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은행권 리딩뱅크(순익규모 1위)에 오른 하나은행의 저력이 여농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승렬 하나은행장도 경기장을 찾아 하나원큐를 응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작년 사상 최대인 3조47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3조2615억원)을 2년 연속 제쳤다. 하나은행은 영업통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취임 직후부터 기업금융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주식, 채권 운용 등 비이자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전통의 강자인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올해 7승 16패로 5위를 기록 중이다. 박정은 감독 부임 이후 지난 시즌 2위(17승 13패)에 올랐던 BNK 썸은 올해 4승에 그치면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여농 아시안게임 동메달 수확
4대 은행에서 여자프로농구팀 운영을 맡고 있는 한 임원은 "여자농구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최초로 은메달을 수확했지만 최근엔 인기가 예전만 못한 분위기"라면서 "4대 은행이 빠진다면 여자프로농구는 존재하기 어렵고, 리그가 없어지면 국내 여자농구의 수준도 떨어지는 만큼 4대 은행들이 책임감을 갖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실제 여자농구는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을 93-63으로 완파하고 3위를 기록, 동메달을 따냈다. 김연경의 대표팀 은퇴 이후 부진에 빠진 여자배구의 경우 아시안게임 8강 라운드에 탈락했다. 은행권의 여농지원이 수확을 거둔 셈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