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종목 절반은 어닝 쇼크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200, 코스닥150 상장사는 이날까지 총 119개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350개 상장사 중 34%가 2023년 실적 발표를 마친 것이다.이 중 4분기 어닝 쇼크를 낸 기업이 62개로 절반을 넘는다. 증권사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대비 실제 영업이익이 10% 이상 낮은 기업은 에쓰오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HD현대인프라코어 등 53곳이었다. 기존 추정 대비 적자가 심화한 기업은 SK스퀘어, 현대제철 등 3곳이다. 기존에는 흑자 전망이었으나 실제로는 적자 전환한 기업은 한화오션, 호텔신라, BNK금융지주 등 6곳이었다. 반면 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이 10% 이상 높거나 컨센서스 대비 흑자 전환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은 SK하이닉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등 19개에 불과했다.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 기준으로 봐도 기존 전망 대비 부진했다. 증권사 전망치가 존재하는 111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20조2300억원으로 증권사 컨센서스 합산액인 25조7789억원보다 약 21.5% 낮았다.
다만 일회성 비용 및 성과급 지급 등을 고려하면 4분기 어닝 쇼크는 매년 반복되는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4분기 실적은 증권사 추정치 대비 평균 18.7%를 밑돌았다”며 “현재까지 4분기 실적은 평균 대비 조금 더 부진한 수준”이라고 했다.
정유·2차전지 울고 하이닉스 웃고
어닝 쇼크 기업에는 정유 및 2차전지 종목이 많았다.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은 75억원에 그쳤다. 컨센서스(837억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과 정제마진 하락 등이 주된 요인이다.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원, 삼성SDI는 311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 대비 각각 42.4%, 29.1% 낮은 금액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더불어 스마트폰·전자기기용 배터리 수요가 부진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깜짝 실적을 내놓은 기업 가운데선 SK하이닉스가 돋보였다. 당초 514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뒤엎고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더불어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증가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메모리(HBM)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현대로템도 수출 호조로 증권가 예상치를 90.3% 웃돈 6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증권가 전망을 각각 43.5%, 46.3% 웃돈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일부 종목은 4분기 어닝 쇼크에도 저PBR주 열풍에 올라타 주가가 올랐다. 두산과 LG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각각 25.5%, 68.7%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 10거래일 동안 주가는 두산 14.9%, LG 23.5% 뛰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