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7%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이후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 가운데 낙폭은 전달 대비 일곱 배 확대됐다.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달러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587억3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629억2300만달러)과 비교해 한 달 만에 41억8900만달러(6.7%) 줄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작년 11월 말까지만 해도 635억달러에 달했다. 11월 한 달 동안 달러예금 잔액이 53억달러(9.1%) 늘어날 정도로 달러 매수 수요가 컸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0월 4일 1363원50전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연고점을 기록한 뒤 11월엔 1300원 밑으로 빠르게 떨어져 상대적으로 달러 투자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안팎에서 횡보한 지난해 12월엔 달러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58억8000만달러(0.9%) 감소하며 소폭 줄어든 데 이어 올 1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졌다. 1월 감소폭은 작년 12월 감소폭의 7.1배에 달했다.
지난달 달러예금 감소세가 세진 것은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달러를 사려는 매수 수요가 줄어든 동시에 차익실현 매물이 시장에 풀린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1288원에서 1월 17일 1344원20전으로 3주 만에 56원20전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원·달러 환율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며 환테크 목적의 달러 매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점을 거듭 밝히고 있다”며 “지난해 달러 강세를 이끌어온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전환될 것이란 기대가 강해지면서 올 1분기 안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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