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료와 은행 대출 금리에 너무 많이 개입합니다. 개입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이들 종목의 주가 부양 효과가 상당할 겁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사진)은 5일 서울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의장은 국내 투자업계에서 ‘가치투자의 대부’로 꼽힌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쳐 2021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이 의장은 “선진국에선 유틸리티주가 안전자산 대접을 받으며 우상향하는데 국내에선 정부 간섭 탓에 주가가 억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프자산운용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강대권 대표는 “은행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뿐만 아니라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도 매우 저평가됐다”며 “정부가 ‘이자 장사를 한다’고 압박하니 주가가 억눌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일본을 벤치마킹해 증시 부양을 꾀하는 데 대해서 강 대표는 “일본은 저금리와 엔저로 경기 호황의 기틀이 마련된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유도하니 증시가 반응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다른 대책 없이 ‘PBR 1배’만 외치면 반짝 상승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의장은 “기업이 주주가치를 올리는 데 충실하도록 각종 제도 개선책을 병행해야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다”며 “그 개선책 중 하나로 기업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이사의 충실 의무)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개선되도록 세금을 감면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며 “창업자가 주가를 억누르지 않도록 상속세를 감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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