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회사 주식 5000만주를 매각한다. 이들 주식의 현재 가치는 86억달러(11조5000억원)에 달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베이조스 내년 1월31일까지 최대 5000만주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공시는 아마존의 주가가 지난 2일 전날보다 7.87% 상승한 171.81달러로 마감한 직후 나왔다.
아마존의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전날 발표한 실적 덕분이다. 아마존은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1662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에 2만7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도 수백명을 감원하는 등 비용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60세인 베이조스는 2021년 아마존의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아마존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5000만주 주식 매각이 완료되면 베이조스의 지분율도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베이조스는 현재 아마존의 지분 10%(9억88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베이조스의 주식 매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선 기부 활동과 그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의 운영 자금 등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조스는 CEO에서 물러난 후 2022년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8월에는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 복구에 1억 달러를 기부했다. 또한 블루 오리진에 자금을 대기 위해 매년 최소 10억 달러 규모의 아마존 주식을 팔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신은 베이조스의 세금 혜택에 주목했다. 베이조스는 작년 말 아마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플로리다주로 이사했다. 당시 그는 거주지를 옮기는 이유에 대해 그의 부모님 집은 물론 블루 오리진의 케이프 커내버럴 사업장과 가까운 곳에 머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업계 안팎에선 베이조스의 이사 배경에 절세 목적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주는 2022년부터 25만달러 이상의 자본이득에 대해 7%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플로리다의 경우 자본이득세와 상속세가 없다. 블룸버그는 “플로리다로 거주지를 옮기는 기업가와 부유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현재 자산 1850억달러로 1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2050억달러)와 2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1850억달러)에 이어 3위에 올라가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