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줄어들고 있다. 교육·생활 수준이 높은 국외 근무지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흔히 ‘격지’라 불리는 지역에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기업들은 현지 인력을 활용하고자 하지만, 본사와 법인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스킬 전파, 사이트 관리 등을 위해 본국에서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존재한다.
해외근무 기피 현상의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 대비 해외근무의 이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행, 유학 등 해외 경험이 많아지면서 단순히 글로벌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파견에 지원할 필요가 없어졌다. 보상적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많다. 1970~80년대처럼 해외수당으로 내 집을 마련했다는 신화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 생활의 소중함이 강조되는 모습도 기피 현상에 한몫 했다. 낯선 타지에서의 도전보다 본국의 안정감 있는 삶이 선호되는 추세다. 머나먼 지사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본사에 머무는 것이 고과와 승진에 더 유리하다는 입장도 있다. 결국 지원자를 찾지 못해 해외발령을 강제하는 기업도 있지만, 이는 발령 대상자가 퇴사하는 등 다소 씁쓸한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구성원의 해외근무를 독려할 수 있을까?
금전적 보상만으로 해외근무 지원율이 높아지지는 않겠으나, 적절한 수준의 해외수당은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위생요인이다. 기본적으로 파견자가 본국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 간 물가 수준이 반영된 생계비수당, 타지에서의 생활 난이도가 반영된 하드십 수당이 제공되어야 한다. 생계비 수당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조사된 물가 지수가 아닌, 주재원 혹은 외국인의 소비패턴을 기반으로 계산된 지표를 활용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하드십 수당은 파견된 지역의 안전, 위생,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파견지가 본국보다 삶의 질이 낮은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해 지급되어야 한다. 컨설팅 사에서 조사한 도시별 생계비 및 하드십 지수 데이터를 통해 적정 수당을 책정할 수 있다.
별도의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존의 생계비수당과 하드십 수당은 무해무득의 관점에서 주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본국과 해외에서의 생활수준 차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목적으로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해외근무에 대한 매력도가 낮아진 현 상황을 감안하면 파견자가 추가적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 2023년 머서 조사에 따르면 50%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장기 국외근무자에게 기본 수당 외 추가 프리미엄을 제공한다고 응답했다.
해외근무에 대한 보상은 단순히 금전적 항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삶이 존중되고 가족과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복리후생 패키지는 해외근무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배우자 및 자녀가 있는 구성원에게는 가족동반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생활비와 더불어 파견자의 배우자가 해외 근무지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자녀의 국제학교 등록금을 지원해준다.
가족동반 파견이 어렵다면 휴가와 항공권 지원을 통해 파견자가 보다 자주 가족을 만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다. 미혼의 젊은 직원들을 위해서는 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 가족 휴가를 지원하는 기업의 대다수는 배우자나 부모, 자식만을 지원 대상자로 규정한다. 지원 대상을 혈연에 기반한 전통적 가족이 아니라 친구 등으로 넓혀 구성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해외 기피 현상은 가정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구성원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성취지향적인 구성원들 또한 해외근무로 인한 커리어 상 불이익을 걱정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조직과 물리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상사의 시야에서 벗어나며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장기 해외근무로 인해 상사와 동료들에게 잊히게 되었다는 씁쓸함을 토로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직은 해외로 파견된 구성원의 소속감과 성장을 보장해줘야 한다. 해외근무 중인 구성원이 현지에서 기여한만큼 평가받고, 해외에서의 성과에 따라 승진 가산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볼 수 있다. 해외 경험을 리더 트랙 요건으로 삼는 방안도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해외지사의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어야 리더로 승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본국 외 아시아 국가에서 매니저 역할 수행 경험이 있어야 향후 동아시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라던지, 더 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 경험이 필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오늘날 해외근무는 더 이상 기회가 아닌, 피하고 싶은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려면 금전적 보상은 물론이고, 개인의 삶과 성장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구성원의 노고와 불편을 이해하고 이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구성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좋은 의도를 갖고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지원 프로그램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다. 해외근무로 인한 구성원들의 우려와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민한 후 우리 조직에 맞춤화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해외근무 독려를 위해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김형선 MERCER Korea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