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간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보여주기 회동’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30여 분간 단독회담을 했고, 이후 오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넉 달 만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단식 중이던 이 대표를 찾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초 문 전 대통령에게 신년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부산 피습 사건으로 일정이 취소됐다.
이 대표는 오찬에서 “총선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인 만큼 반드시 승리하는 게 시대적 소명”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민생을 방치하고 통합을 도외시하는 현재 정국이 안타깝다”며 “(민주당은) 무엇보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친명계와 친문계 간 갈등을 직접 언급한 발언도 나왔다. 오찬 중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딴 ‘명문 정당’이라는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이 표현은 2022년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처음으로 문 전 대통령을 찾았을 때 언급된 단어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는 하나 된 힘으로 온 명문 정당”이라며 “친이재명과 문재인으로 나뉘는 프레임이 안타깝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민주당과 조금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 다 함께 힘을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민심에 보다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선 중진 의원들의 용퇴 등 “희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견해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부산 피습으로 생긴 흉터를 보며 건강 상태를 묻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목의 수술 자국을 보며 “옷깃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세상이 험악해지고 난폭해지고 있다”고 위로했다. 이 대표는 “정맥만 좀 잘려서 동맥은 안 다쳤다. (피의자가) 정확히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