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비듬처럼 하얗게 각질이 생기는 피부질환을 앓는 분이 주위에 많다. 옷을 입고 벗을 때 피부에서 각질이 떨어져 마치 눈처럼 내린다. 바로 건선(乾癬)이다.
건선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만성·재발성·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주로 팔꿈치나 무릎, 이마처럼 외부 자극과 충격을 잘 받기 쉬운 부위에 은백색의 비듬 같은 인설이 생긴다. 그래서 주먹을 쥐었을 때 외부로 돌출되는 손등의 관절 표면에도 나타난다.
건선 환자 가운데 50% 정도는 손톱이나 발톱에도 증상을 겪기도 한다. 넓게 퍼지는 판상형 건선이 흔하고, 물방울처럼 뭉쳐서 생기는 물방울 건선이 있다. 비교적 심각한 농포성 건선은 손바닥에 농포가 생긴다. 더 심각하게는 건선형 관절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건선은 아토피피부염과 비슷하게 보이면서도 다르다. 먼저 건선은 경계가 명확하다. 대개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의 자각증상은 없으나, 염증이 심한 경우 일부에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건선이 자가면역질환이라면 아토피피부염은 알레르기질환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건선을 선증(癬症) 중의 하나로 꼽으며 ‘풍선(風癬)이나 건선(乾癬)이라고도 하는데, 긁으면 흰 각질이 일어난다’고 했다. 건선은 과거부터 조상들을 괴롭혀 온 난치성 질환이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처방을 기록했다. 건선은 청열해독(淸熱解毒)시키면서 어혈(瘀血)을 제거하는 약재를 처방한다. 피부 면역이 안정되면서 각질의 탈락 주기가 늘어나면 각질이 줄어들고 새살이 돋아나면서 정상적인 피부로 바뀐다. 복용 처방과 함께 한약재로 만든 연고제나 크림, 스프레이 제제를 함께 적용한다. 건선에는 오배자(붉나무에 붙어 사는 벌레혹)가 특효인데, 끓여서 먹거나 건선 피부를 씻어주는 데 사용해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폐에 풍독이 있어 피부에 창선(瘡癬)이 생기고 가려우며 고름이 나오는 것, 입안이 헌 것에 주로 쓴다’고 했다.
건선 환자 대부분에게 스테로이드를 적용하는데, 사용 중에는 진정이 되는 것 같다가도 중지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한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지속해서 사용하기 어렵다. 광선요법을 적용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다.
한의약으로 치료하고자 한다면 일단 스테로이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멈추면 2~4주 정도는 증상이 악화한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리바운드’ 현상을 겪는 것이다. 이 과정을 무사히 넘기면 이후부터는 기복을 보이면서 점차 안정되는데, 대략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한다.
건선을 앓고 있다면 우선 햇볕을 많이 쏘이고 스트레스를 멀리해야 한다. 땀을 내는 유산소 운동도 좋다. 음식은 녹황색 채소와 견과류, 등푸른생선이 좋다. 건선은 난치성 피부질환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한의약적 치료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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