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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탁월한 비즈니스맨들은 잡담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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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그러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어려서부터 ‘잡담 금지’라는 경고문구를 보고 자란 우리는 잡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잡담을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하거나 ‘하찮은 이야기’라고 오해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만남이나 상담에서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섣부른 접근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갈팡질팡하는 어색한 대화로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탁월한 비즈니스맨들은 잡담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딱딱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어려운 협상 상황에서 잠시 화제를 전환하며, 사전 정보 교환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잡담을 활용할 줄 안다. 잡담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대화와 협상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하고,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조미료’가 돼준다.


<세계 일류는 잡담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는 일본에서 작년 3월 출간된 책이다. 1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폴란드 출신으로 일본에서 경영 컨설턴트이자 기업가로 활동 중인 표트르 펠릭스 구지바치는 책을 통해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잡담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잡담에 미숙한 경영자들에게 잡담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고,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잡담을 활용하면 모든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일본 기업인과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신기하다고 할까요, 매우 기묘하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많은 기업인이 마치 서로 짠 것처럼 이런 말로 대화를 시작하더군요. ‘오늘 정말 덥네요.’ ‘오늘 너무 춥네요.’ 일본은 사계절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인들도 계절 변화나 날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습니다. ‘날씨 이야기’는 잡담을 시작하기 위한 일종의 상투적인 문구였던 것입니다.”

저자는 잡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 문화에 대해 지적하며, 잡담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준비’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잡담은 상대를 먼저 관찰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이며, 잡담을 통해 상대의 준비 상태와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친밀관계’라고 해석되는 심리학 용어 ‘라포(rapport)’는 잡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목표다. 라포란 서로 마음이 통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성을 의미한다.

세계 일류의 경영자들은 함께 일하는 여러 종류의 파트너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잡담을 활용한다. 날씨나 음식 이야기,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이야기로는 라포를 구축해 나갈 수 없다. 자리의 분위기는 훈훈해졌을지 몰라도, 비즈니스의 성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주제의 잡담이 바람직할까? 책은 일류들이 원하는 잡담의 주제는 ‘리버럴 아트(liberal arts)’라고 강조한다. ‘교양’이라고 번역되는 리버럴 아트는 ‘인간을 속박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지식’이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힘’이다. 일류들은 서로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식이나 정보를 교환하는 수단으로 잡담한다고 하니, 잡담조차 수단과 목적으로 접근하는 저자의 관점이 한편으론 씁쓸하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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