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계열사 부당 지원 여부와 관련한 SPC그룹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소송에서 그제 사실상 SPC그룹 완승 판결을 내렸다. 소송 내용은 이렇다. 공정위는 SPC 계열사들이 2011년부터 7년간 삼립을 부당 지원했고, 삼립에 414억원의 이익을 제공했다고 봤다. 샤니의 판매망 저가 양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삼립의 통행세 수수 등을 통해서 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SPC가 허영인 회장 두 아들의 경영 승계를 위해 이 같은 부당행위를 했다며 2020년 허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은 쟁점 가운데 SPC 계열사와 삼립 간 2015년 이전 거래에 대해서만 공정위 시정명령을 인정했고, 이번 소송의 핵심인 통행세와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의 패소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말이었다. 검찰이 지난해 7월 허 회장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허 회장에게 씌워진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앞서 2022년 12월엔 허 회장이 받은 배임 혐의도 불기소 처분했다.
문제는 공정위의 무리한 처분으로 SPC그룹에 가해진 검찰의 압수수색과 수사, 그리고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누가 보상할 것이냐다. 비용은 SPC그룹이 일부 보전받는다고 해도 SPC그룹의 기업 이미지 손상 등은 단기간 내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위의 ‘아니면 말고’ 식 처분 뒤 검찰이나 법원에서 뒤집어지는 일은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기업인만 봐도 SK실트론 지분 취득 과정에서 사익편취 혐의를 받은 최태원 회장, 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이 피해를 봤다.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혐의로 33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받았다가 어제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쿠팡도 피해기업이다. 공정위는 이번 패소를 계기로 ‘일단 때리고 보자’는 그릇된 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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