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배 빠른 진짜 5세대(5G).’
2018년 5G 상용화 당시 정부와 통신 3사가 내세운 홍보 문구다. 4G(LTE) 속도보다 최대 20배 빠르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용자는 체감하지 못했다. 이 속도는 5G 28㎓ 주파수 대역의 망이 충분히 구축돼 있을 때 가능하다. 통신 3사는 이보다 느린 3.5㎓ 대역을 쓰고 있다. 6년 전 구호로만 제시된 5G 속도를 실현하겠다는 게 제4 이동통신사 스테이지엑스의 목표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5G 28㎓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낙찰을 받아 제4 이동통신사업자가 된 스테이지엑스는 출범 일성으로 ‘리얼(진짜) 5G 구현’을 외쳤다. 5G 28㎓ 주파수는 통신 3사도 투입 비용 대비 사업성이 낮다며 포기한 사업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사업 초기엔 병원, 공연장, 공항 등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5G 28㎓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KAIST, 연세의료원(세브란스)과 관련 사업을 논의 중이다. 이후 국내 주요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에 관련 서비스를 깔아 ‘체감할 수 있는’ 빠른 5G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된다면 속도와 처리량이 향상된 ‘완전한 5G’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통신 3사가 사용 중인 5G 3.5㎓ 대역(100㎒ 폭)의 속도는 1.7Gbps(초당 전송할 수 있는 기가비트 단위) 안팎이다. 5G 28㎓ 대역(800㎒ 폭) 속도는 4.2Gbps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5G 속도보다 최소 2.4배는 빨라진다. 2GB짜리 영화 한 편을 내려받으면 3.5㎓ 대역에선 9.6초, 28㎓ 대역에선 3.9초가 걸린다.
5G 28㎓ 주파수는 속도가 빠르고 처리 용량이 크다. 그런데도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도달 범위에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5G 28㎓ 주파수는 도달 범위가 상대적으로 짧다.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져 많은 장비도 필요하다. 스테이지엑스는 “커버리지는 좁지만 인구 밀집 지역 등에서 초고속·초연결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 영상 전송 등 초고속 통신망이 필요한 현장 위주로 공략하는 식이다.
다만 ‘전국구’ 이동통신 사업은 먼 얘기다. 서비스 구현에만 최소 3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당장 3년간 기지국 장비 6000대를 구축해야 한다. 5G 28㎓ 기지국은 구축 비용이 대당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장비 구매 및 구축 비용을 합치면 최소 2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엔 아직 5G 28㎓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다. 스테이지엑스는 “삼성전자, 애플, 구글, 폭스콘 등과 접촉해 전용 단말기를 보급해주도록 설득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주파수 비용도 고민거리다. 스테이지엑스는 최종 낙찰가 4301억원을 5년간 분할 납부하게 됐다. 당장 올해엔 낙찰가의 10%인 430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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