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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교외에 위치한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가 하루 만에 38% 폭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대출 손실이 급증하면서다. 작년 3월 미 ‘은행 위기’ 당시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사들인 이후 대손 충당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역은행 위기가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NYCB는 전일보다 37.64%(3.91달러) 내린 6.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00년 8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저치다. 장중 낙폭은 46%까지 커지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한 영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 은행은 작년 10~12월 2억5200만달러(약 3364억원·주당 36센트)의 손실을 봤다고 이날 밝혔다. 전년 동기 1억7200만달러(약 2296억원·주당 30센트)의 이익을 벌어들인 것과 완전히 대조되는 결과다. 2억6200만달러(주당 27센트)의 이익을 점쳤던 시장 전망을 완전히 비껴갔다.
매출 역시 기대치(9억3200만달러)에 못 미치는 8억8600만달러에 그쳤다.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순이자마진(NIM)은 1년 전 대비 0.5%포인트 가까이 내려앉았다.
대손충당금은 5억5200만달러(약 7369억원)로 급증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누적치보다 많으며, 시장 추정치(4500만달러)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협동조합 단지나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의 부실 대출 위험이 커지면서 충당금 적립률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만기가 30일에서 많게는 89일 지난 대출액은 지난해 4분기 48% 불어났다. 반면 예금 규모는 직전 분기보다 2% 감소했다.
시그니처은행 인수 이후 NYCB의 총자산은 1000억달러(약 133조5000억원)를 돌파하며 중형 은행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미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대형 은행뿐 아니라 중형 은행에도 엄격한 자기자본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유동성 확보 부담이 가중됐다. 그 여파로 NYCB는 분기 배당금을 주당 17센트에서 5센트로 70% 깎았다.
토마스 칸게미 NYCB 최고경영자(CEO)는 배당금 삭감과 관련해 “자기자본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배당금 축소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알고 있다”며 “4분기 실적에는 악재였지만, 자본금 확보와 이를 통한 대차대조표 강화,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개선, (비슷한 규모의) 동종업계 은행들과 발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NYCB의 핵심 자기자본비율은 9.1%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지역은행 키코프나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지역은행 리전스파이낸셜보다 낮다.
NYCB는 특히 사무실 건물 관련 예상 손실 추정치를 올려 잡았다. 칸게미 CEO는 “4분기에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집중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을 포함해 전국에 분포된 사무실 건물의 약점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시그니처은행 인수 작업은 예상보다 지체돼 내년 중에나 완료될 거란 전망이다. 독립 투자 자문기관 CFRA의 알렉산더 요쿰 애널리스트는 “인수 대상 기업을 효율적으로 통합시킬 수 있을 거란 경영진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며 NYCB에 대한 투자 견해를 중립(hold)으로 낮췄다. 레이먼드제임스의 스티브 모스 애널리스트도 ‘강력 매수’(strong buy)에서 ‘시장수익률’(market perform)로 하향했다.
파이퍼샌들러의 마크 피츠기본 애널리스트는 “NYCB가 한 모든 일은 말이 되고, 장기적으로 좋은 일일 것이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월가는 ‘서프라이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감고 있던 붕대를 뜯었다”며 “분명히 그들은 회복되고 있으며, 상황이 더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NYCB 쇼크’의 여파로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와 KBW 나스닥 지역은행 지수 등이 6%가량 하락했다. 시온스은행, 코메리카 등 총자산이 1000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중소 은행들 주가도 각각 5.7%, 5.4% 미끄러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