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2023년 자본시장을 이끈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선정됐다. 한화오션·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두산로보틱스 기업공개(IPO),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회사채 발행 등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유상증자·IPO 선전으로 ECM 1위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가 후원하는 ‘제15회 한국IB대상’에서 종합 1위로 선정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왕좌에 오른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자본시장은 금리 불확실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변동성이 컸다. 불안감이 커진 기업들은 보수적으로 자본시장에 접근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IPO 등 모든 부문에서 3위권 내 진입하며 고른 성과를 나타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총 28건, 2조1672억원 규모 주식 발행을 대표로 주관해 ECM 부문 1위에 올랐다. 유일하게 2조원대 주관 실적을 달성했다. ECM 전체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한 점유율은 20.9%에 달했다.
유상증자에서 조(兆) 단위 대형 딜을 잇따라 성공시킨 점이 돋보였다. 지난해 최대 규모 유상증자였던 한화오션(1조4971억원)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1조1433억원), CJ CGV(4153억원) 등 굵직한 딜에서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의 경우 일반공모 청약에서 10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기업의 ‘자금 조달 파트너’로 신뢰를 쌓아 장기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한국투자증권의 강점이다. 2022년 IPO 주관사로 인연을 맺은 노을의 첫 유상증자에 참여한 게 대표적 사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커버리지(영업) 부서 등이 오랜 기간 최전선에서 기업과 소통하며 쌓은 신뢰가 ECM 명가로 거듭난 한국투자증권의 힘”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IPO 주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조 단위 IPO 딜이 사라진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제이오와 마녀공장 등 강소기업의 상장을 주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끈끈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유망 기업을 발굴해 증시 입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 자금 조달 파트너 자리매김
DCM 부문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총 15조6315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일반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주선 실적에서 각각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국내 사상 최대인 1조39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 조달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 등 ‘뉴 이슈어(New Issuer)’ 공략에도 앞장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5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총 4조72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흥행 성공으로 발행 규모도 1조원으로 확대했다. 이 밖에 영업 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해 원활한 자금 지원을 도왔다는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범식 심사위원장(숭실대 총장)은 “한국투자증권은 ECM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DCM과 IPO에서도 두루 뛰어난 성과를 냈다”며 “한화오션 유상증자, 두산로보틱스 IPO, SK하이닉스 회사채 발행 등 랜드마크 딜에 대부분 참여하면서 지난해 자본시장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