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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재택근무와 게임 인구 증가로 1차 수요 급증이 있었다면, 최근엔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도하는 2차 수요 폭발로 이어지는 중이다. 블랙스톤, KKR, 베인캐피털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데이터센터 투자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빅테크에 임대해 얻는 투자 수익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어서다.
블랙스톤, 데이터센터 ‘투자 대박’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인근에 있는 축구장 60개보다 더 큰 면적의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이곳에서 30마일(약 48㎞) 떨어진 곳에서도 약 162만㎡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블랙스톤은 이 같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2년 전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QTS를 100억달러에 인수했다. 전 세계에 AI 붐이 일면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점점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임차하기 시작하면서다.
블랙스톤은 데이터센터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산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두 곳의 지분을 28억달러에 처분하는 등 100억달러어치 이상의 자산을 매각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랙스톤이 인수할 당시 10억달러였던 QTS의 부동산 가치는 최근 150억달러로 급증했다. 리서치 회사인 데이터센터호크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업계 4위에 머물렀던 QTS는 계약된 전력 용량 기준으로 북미 최대의 데이터센터 임대업체가 됐다.
임대료 급등…다른 부동산과 대조
다른 PEF 운용사도 앞다퉈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다. 베인캐피털은 작년 8월 중국 데이터센터 기업인 친데이터그룹을 31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같은 해 9월 KKR은 싱가포르의 최대 이동통신사인 싱텔의 데이터센터 지역 사업부 지분 20%를 8억달러에 사들였다. 디지털 인프라 투자사인 디지털브리지그룹과 기술 투자회사인 실버레이크는 최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인 밴티지데이터센터에 64억달러를 투자했다. 밴티지데이터센터는 이번 투자를 활용해 전 세계에 3GW 이상의 전력 용량 데이터를 추가할 계획이다. 시장 자료 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투자사 및 운영업체들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30억달러 규모의 미국 데이터센터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는 2018~2020년 대비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데이터센터 임대료도 상승 추세다. 3년 전 ㎾당 70~80달러였던 데이터센터 임대료가 최근에는 최고 150달러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센터의 강세는 고금리로 인해 가치 하락을 겪고 있는 다른 상업용 부동산 부문과 대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임대료 상승에도 데이터센터 임대 용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데이터 연구 회사인 데이터센터호크에 따르면 북미 기업들은 2021년 1GW, 2022년 2.3GW에서 2023년 3GW 전력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캘리포니아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아르만 셰하비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전력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