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전면 판매 중단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판매 중단 압박과 사상 최대치로 상승한 일본 닛케이지수 기초 ELS마저 손실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 하나은행에 이어 국민, 신한은행도 ELS 관련 상품을 전면 판매 중단키로 했다. 국민과 신한 두 은행 모두 이날 오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향후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금융당국이 고위험 파생 금융상품인 ELS의 은행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홍콩 H지수 연계 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질의하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고 답했다.
발언이 나온 직후 하나은행은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ELS 상품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며 중단 결정을 내렸다. 농협은행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ELS를 팔지않고 있다.
은행들이 전격 판매 중단 결정에 나선 것은 홍콩H지수에 이어 니케이225지수 기초 ELS에서도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H지수 ELS가 주춤한 사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닛케이225지수 ELS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닛케이225지수 기초 ELS 발행량은 11조1720억원으로 2022년(4조3693억원)보다 2.5배 넘게 늘었다. 우리은행 측은 “전면 판매 중단은 하지 않지만 닛케이지수에 대한 고점 우려가 있어 현재 우리금융연구소에 연구용역 의뢰를 해놓은 상황”이라며 “닛케이지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은 상품 위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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