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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음성 비서'와 대화하며 운전…내리면 알아서 주차하고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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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는 가까운 미래 모빌리티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자동차와 알아서 충전되고 주차까지 스스로 하는 전기차,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차량 안에 결합한 ‘AI 비서’가 당장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등장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AI 음성 비서를 선보였다. 폭스바겐그룹은 올 2분기 출시되는 차량에 챗GPT를 음성 비서로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챗GPT를 볼륨 모델(대량 판매 차종)에 기본 제공하는 것은 완성차업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차량용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세렌스와 협업해 자체 음성 비서 시스템인 IDA에 챗GPT를 통합했다. 운전자는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 에어컨 등 차량 내 기능을 음성만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IDA와 일반 상식에 기반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운전자가 “가까운 카페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오늘 커피를 네 잔째 마신다”고 말하면 IDA가 내비게이션으로 카페까지의 경로를 띄워주는 동시에 “커피는 보통 하루에 서너 잔까지 마시는 게 적당하다”고 답하는 식이다. 폭스바겐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챗GPT는 차량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고 대화 내용도 즉시 삭제된다고 강조했다. 새 IDA는 순수전기차인 ID시리즈와 올 뉴 티구안, 신형 골프 등에 적용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생성형 AI 기반 ‘MBUX 가상 비서’ 기능을 공개했다. 운전자의 일정에 맞춰 주차장을 예약하거나 경로를 최적화해주는 것은 물론 목소리와 주행 패턴 등으로 사람의 기분까지 파악해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내 출시될 신형 전기차 CLA에 처음 적용된다.

BMW는 아마존과 함께 준비해온 ‘알렉사 맞춤형 비서’ 솔루션을 연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운영체제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9이 탑재되는 차량부터 적용된다. 소니와 혼다가 합작한 소니혼다모빌리티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2026년 출시하는 전기차 아필라에 생성형 AI 기반 음성 비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주차’ 기능도 대거 등장했다.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사 보쉬는 스마트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기차가 스스로 충전이 가능한 주차 공간을 찾아가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로봇 팔이 자동으로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고, 완충되면 차가 다시 알아서 빈 공간을 찾아 주차된다. BMW도 원격 주차 기능을 공개했다. 운전자가 지정된 하차 구역에 자동차를 맡기면 차가 스스로 빈 주차 공간을 검색해 주차한다. 용무를 마친 운전자가 자동차까지 올 필요 없이 차가 알아서 픽업 구역까지 운전자를 찾아오는 기능도 적용했다.

일본 혼다는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 0시리즈의 콘셉트카 2종을 최초 공개했다. 낮은 차체와 미래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세단 살룬과 사용자 목적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설계될 수 있는 크로스오버 차량 스페이스허브가 주인공이다. 혼다는 세계 판매 6위 완성차업체이자 세계 최대 가솔린 엔진 제조사지만 전기차 부문에선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판매 중인 전기차가 없다.

혼다는 이번에 공개한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2026년부터 ‘혼다 0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과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다. 이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30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혼다가 전기차 라인업 전용 명칭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혼다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로서 다시 출발점(0)으로 돌아가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어내겠다는 결의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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