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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맛집이래" 일부러 양평까지 갔는데…눈뜨고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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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의 오랜 맛집으로 널리 알려진 ‘고바우설렁탕’의 상호를 다른 음식점이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 음식점과 이름이 꽤 비슷한 ‘양평 강상 고바우설렁탕’이 소비자들의 오인과 혼동을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했다. 고바우설렁탕이란 상호가 상표로 등록돼있진 않았지만 이미 독자적인 식별력을 갖췄기 때문에 비슷한 가게명 사용을 막을 권리가 있다고 봤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등법원 민사4부(부장판사 이제정)는 고바우설렁탕 대표 A씨가 양평 강상 고바우설렁탕 대표인 B씨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가처분 청구를 최근 받아들였다. 1심의 기각 판결이 항고심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B씨에게 “고바우설렁탕이란 상호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고바우설렁탕은 1991년부터 양평군 용문면에서 영업을 해온 설렁탕 전문점이다. 설렁탕과 수육 등을 판매하고 있다. 2022년 10월 기준 네비게이션 앱에서 검색 횟수가 4183회를 기록할 정도로 양평을 찾는 사람들이 들르는 지역 대표 맛집 중 한 곳이다.

이번 사건은 2017년 A씨의 동생이 운영하던 ‘양평 고바우설렁탕’을 B씨가 인수해 운영하면서 비롯됐다. 고바우설렁탕 측은 지난해 가처분신청을 통해 가게 이름 사용에 제동을 걸고자 했지만 양평 고바우설렁탕은 가게 이름을 양평 강상 고바우설렁탕으로 변경하고 영업을 이어갔다. 가게 이름도 상표로 등록했다. 고바우설렁탕의 경우 김성환 화백의 필명과 같다는 이유로 상표로 등록되지 못한 상태였다.

1심은 A씨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봤지만 가처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바우설렁탕 측이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양평 강상 고바우설렁탕을 상대로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고바우설렁탕을 방문하려던 사람 중 양평 강상 고바우설렁탕으로 오인한 경우도 있는 등 오인·혼동 우려가 있다”면서도 “상호 사용을 금지할 정도로 보전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항고심 판단은 달랐다. 고바우설렁탕 측이 2017년부터 문제제기를 하면서 매장에 양평 강상 고바우설렁탕과 혼동을 막기 위한 대형 현수막과 게시판을 설치한 점 등을 상호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상호를 일부 변경했지만 ‘강상’ 부분이 눈에 띄지 않도록 크기를 줄였기 때문에 여전히 오인·혼동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은 행위가 지속되면 (고바우설렁탕이)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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