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은 배당주 투자의 계절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벚꽃 배당’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상장사들이 ‘깜깜이 배당’을 막기 위해 배당기준일을 3월 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하면서다. 일부 종목은 2~3월로 결산배당 기준일이 정해지면서 이 시기 매수하면 결산배당과 1분기 배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당 기준일을 앞두고 기관 매수가 예상돼 주가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차, 은행주 ‘더블배당’ 노려볼까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배당 기준일을 변경한 기업 중 현재 분기배당을 하는 기업은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CJ제일제당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등 7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산배당 기준일 전에 이들 종목을 매수하면 결산배당을 받고 3월 주총 이후엔 1분기 배당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결산배당 기준일을 2월 29일로 잡았다. 나머지 종목들은 결산배당 기준일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늦어도 4월 초까지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역대 최대 금액의 결산배당을 결정하면서 배당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결산배당으로 주당 8400원을 결정했다. 전년도 주당 6000원에 비해 40%가량 증가했다. 25일 종가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은 약 4.4%다. 현대차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주총 이후 정해지는 1분기 배당금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주는 대표적인 ‘더블 배당’ 종목이다. 에프앤가이드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난해 4분기 배당수익률은 3.4%, 우리금융지주는 5.2%, 하나금융지주는 3.9%, 신한지주는 1.5%로 추정된다. 은행주의 1분기 배당금 역시 전년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1분기 3205억원을 배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1분기(2743억원)보다 16.8% 증가한 수치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역시 전년 1분기보다 각각 13.2%, 9.5% 많은 2219억원, 1900억원을 배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3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시작한 우리금융지주는 3분기 대비 11.1% 늘어난 1504억원으로 전망됐다.
포스코홀딩스의 4분기 예상 배당금은 주당 2500원이다. 25일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0.6% 수준이다. 1분기 배당금 총액은 전년보다 30.8% 늘어난 2481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산 배당 수익률 1위는 이노션
더블배당이 아니어도 5% 이상의 높은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는 종목도 다수다. 에프앤가이드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배당기준일이 변경된 상장사 중 4분기 예상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9.2%인 이노션이다. 이어 기업은행(8.4%), DGB금융지주(8.2%), 삼성카드(7.8%), NH투자증권(7.0%), DB손해보험(6.9%) 등이다. 고배당이 예상되는 종목은 연초 증시 조정에도 하락폭이 작았다. 기업은행은 연초 이후 26일까지 0.3% 상승해 코스피지수(-6.6%) 대비 선방했다. 같은 기간 DGB금융지주는 1.3%, 삼성카드는 0.15% 올랐고 NH투자증권은 1.5% 빠지는 데 그쳤다.배당차익을 노린 기관 및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면서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후 26일까지 기관은 하나금융지주를 422억원, DGB금융지주를 111억원, 기업은행을 54억원, 삼성카드를 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은 평균적으로 결산배당 기준일 약 45거래일 전부터 순매수를 늘려가기 시작한다”며 “늦게는 4월 초까지 배당기준일이 잡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장기 투자하려면 실적 개선도 봐야
전문가들은 중장기 투자를 노린다면 실적 개선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블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은행주 실적 전망이 최근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전망 불확실성 등으로 하향되고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액은 2조9338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19.5% 감소했다.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당을 비롯한 일부 호재에 맞춰 단기 트레이딩을 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업황 악화,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이 은행주 투자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했다. 배당기준일을 바꾼 종목 중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는 NH투자증권, 현대글로비스 등이 꼽힌다. NH투자증권의 작년 연간 배당수익률은 7.13%, 현대글로비스는 3.59% 수준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