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거점을 30분대에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기존 A~C 노선을 충청·강원권까지 연장하고, D~F 노선을 신설해 한층 더 넓고 촘촘한 철도망을 갖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D 노선의 경우 인천공항·김포에서 원주·팔당까지 이어지는 ‘더블Y’자 형태로 제시됐다. 수도권 외곽 지역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A·C는 28년, B는 30년 개통
국토교통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먼저 1기 GTX의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내놨다. GTX-A(파주 운정~화성 동탄)는 올해 첫선을 보인다. 오는 3월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되며 GTX 시대를 열고, 운정~서울역 구간도 연내 개통될 예정이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지연 문제로 전구간 개통은 2028년에 가능하다. 다만 2026년부턴 삼성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진다. GTX-A가 뚫리면 동탄에서 수서까지 이동시간이 기존 70분대에서 19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C 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이날 첫삽을 떠 2028년 개통하는 게 목표다. B 노선(인천대입구~남양주 마석)은 연초 재정구간(용산~상봉)을 시작으로 상반기 안에 모든 구간 착공에 들어가 2030년에 개통할 예정이다. A~C 노선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각각 27만명, 27만명, 32만명으로 예상된다.
평택·동두천·아산도 GTX 연결
A·B·C 노선의 연장도 추진된다. GTX-A는 동탄에서 평택 지제까지 20.9㎞, GTX-B는 마석에서 가평을 거쳐 춘천까지 55.7㎞가 연장 대상이다. C 노선의 경우 위로는 덕정에서 동두천까지 9.6㎞, 아래로는 수원에서 화성, 오산, 평택, 천안을 거쳐 아산까지 59.9㎞를 더 이을 예정이다.기존 노선 연장은 지방자치단체와 비용 부담 방식을 먼저 협의하고 이후에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등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진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가 비용 부담을 하면 예타 없이 바로 설계착공에 진입할 수 있다”며 “일반적 절차보다 3년 이상 빨리 개통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부담 방식으로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비용부담 합의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착공해 본선과 동시 개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A와 C 노선 연장 관련 지자체는 돈을 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B 노선 연장과 관련해선 해당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D노선은 ‘더블Y’ 형태로
수도권 주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GTX-D의 경우 ‘더블Y’자 형태로 결정됐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영종, 청라, 가정, 작전을 통과하는 한 축과 김포 장기에서 출발해 검단, 계양을 거치는 다른 축이 부천 대장에서 모인다. 이후 부천종합운동장, 광명시흥, 가산, 신림, 사당, 강남, 삼성으로 연결된다.
삼성에서 다시 노선이 갈라진다. 위쪽으로 잠실, 강동, 교산, 팔당으로 연결되는 노선이 있으며 아래쪽으론 수서, 모란, 경기광주, 곤지암, 이천, 부발, 여주, 원주까지 이어지는 노선이 있다. D노선은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인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와 추후 직결 운행될 예정이다. GTX-D는 한때 ‘김부선(김포~부천선)’으로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는데, 인천·김포 주민들의 강남 접근성이 훨씬 좋아질 전망이다.
그런데 여기서 교산~팔당 구간은 2단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타 노선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GTX 신설노선(D~F) 사업은 1,2단계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 구간은 2035년 개통을 목표로 윤 대통령 임기 내 예타 통과를 추진한다. 2단계 구간의 경우 5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반영은 하되, 후순위로 밀린다.
왕숙~교산, GTX-F 깔린다
GTX-E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영종, 청라, 가정, 작전, 대장, 등촌, DMC, 연신내, 평창, 신정릉, 광운대, 신내, 구리, 왕숙2, 덕소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제시됐다. 당초 계획에서 연신내역이 추가됐다. 모든 구간이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인천부터 대장까지는 GTX-D와 공용 구간이다. 앞으로 인천공항에 내려서 강북권으로 가고 싶으면 GTX-E를, 목적지가 강남권이면 GTX-D를 타면 된다.
F노선은 상당부분이 후순위로 밀릴 전망이다. 교산부터 왕숙2까지 구간만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GTX-F는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수도권을 크게 한바퀴 도는 외곽 순환선이라 그동안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교산과 왕숙2 등 3기 신도시 지역은 이용 수요가 많을 것으로 판단됐다.
F노선의 경우 기존 철도 노선과 상당부분 중첩되는 게 특징이다. GTX-F 계획 노선 중 복정~초지 구간은 현재 수인분당선이 깔려 있고, 초지에서 대곡까진 서해선이 운영되고 있다. 대곡~의정부까지 교외선은 내년 개통 예정이다. 다만 GTX가 이 구간을 달리려면 교외선 개량사업 등이 필요하다.
하루 평균 183만명 수혜
GTX는 지하 40m 대심도를 최고 시속 180㎞로 달린다. 일반 지하철보다 2배 이상 빠르다. 2기 GTX를 선보여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GTX 수혜인구를 일평균 183만명으로 추산했다. 1기 GTX(86만명)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경제적 효과는 약 135조원, 고용창출 효과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됐다.
GTX 건설에 드는 총 사업비는 38조6000억원이다. GTX를 재정사업으로 할지 민자사업으로 할지 아직 확정된 바 없지만, 정부는 민간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