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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어놨던 1500만원어치 지폐, 은행 가져갔더니… [강진규의 BOK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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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5억장에 가까운 화폐를 폐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4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은이 수조원에 이르는 돈을 버린 것에는 이유가 있다. 불에 탔거나 습기로 인해 손상된 화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은 2023년 1년 간 4억8385만장의 화폐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3조8803억원이다. 이는 2022년보다 17.2%나 늘어난 것이다. 2022년에는 4억1268만장을 폐기했다. 2조6414억원에 해당한다.

1000~5만원권 등 은행권 폐기량이 4억2732만장(3조872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권종별로는 1만원권이 2억3775장(55.6%)로 많았다. 2009년 6월 발행돼 유통수명(약 15년)에 다다른 5만원권도 2493만장(5.8%)이 폐기됐다. 주화 폐기량은 5653만장(79억원) 이었다. 100원화(3391만장)가 가장 많았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대면 상거래가 회복돼 화폐 환수 경로가 정상화됐다"고 폐기량 증가 이유를 밝혔다.

손상화폐의 상당수는 불에 탔거나 습기로 인한 손상된 것이었다. 특히 개인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손상화폐를 교환해간 경우도 있었다. 전남의 홍모씨는 화폐를 땅에 묻어놨던 게 문제가 됐다. 습기로 은행권이 부패해 1547만5000원을 교환해갔다. 인천에 사는 이모씨도 습한 장소에 보관해 손상된 은행권 1972만5000원어치를 받아갔다.

서울에 사는 이모씨는 자택 화재로 보관중인 은행권 1910만원을 교환했다. 광주의 정모씨는 연못에서 수거한 손상주화를 한은에 반납하고 339만1000원을 받아갔다.


한은은 은행권의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의 전액을 교환해주고 있다. 5분의 2~4분의 3 사이이면 반액으로 교환해준다. 5분의 2 미만이면 교환해주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 같은 교환 기준을 악용해 은행권을 고의로 조각내 이어붙이는 사례가 적발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체 화폐 면적의 75%만 있으면 전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화폐 4장을 5장으로 만들어 교환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은행권을 변조할 경우 형법 207조에 따라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의 형사처벌 대상이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면 화폐제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돈 깨끗이 쓰기' 홍보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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