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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분기실적을 발표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주가가 7% 넘게 뛰었다. 사상 최고 여행수요가 최근 항공기 안정성 논란을 잠재웠다는 분석이다.
유나이티드항공 주가는 2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7% 이상 급등해 42달러를 넘긴 뒤 40.4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전장 대비 5.31%의 상승폭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 마감 뒤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가 확인된 영향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분기에 136억3000달러의 매출에 6억달러의 순이익(주당순이익 1.81달러)을 기록했다. 모두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에 역사상 가장 분주한 여행수요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은 9~11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9.53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는 주당 35센트~85센트가량의 조정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23센트의 손실보다 더 크다. 보잉737 맥스9 여객기의 안정성 논란으로 인한 운항 중단 여파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737맥스9 여객기를 가장 많이(79대) 소유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지난 5일 알래스카항공의 737맥스9 항공편에서 비행 중 동체 파손 사고가 발생한 뒤 해당 기종의 비행을 전면 금지했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보잉사에서 제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매우 실망했다"며 "보잉사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교통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잉 경영진 개편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커비 CEO는 이날 "이번 사태로 인해 맥스10 발주도 재고하고 있다"며 보잉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보잉으로부터 신규 기종인 맥스10을 277대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맥스10 생산은 수년 째 지연되고 있고 아직 규제당국의 인증도 받지 못한 상태다. 커비 CEO는 "비행 취소로 당장 1분기 손실이 불가피한 와중에 보잉의 납품 지연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 계획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맥스9의 운항 중단 논란이 낙타(맥스10을 지칭)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주문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보잉 경쟁사인 에어버스로 주문을 교체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발언은 이달 초 위기가 시작된 이후 보잉에 대한 가장 수위가 높은 비판"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논란에도 유나이티드항공 주가가 급등한 것은 예상 손실은 항공사가 아닌 여객기 제조사의 몫이 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항공기 결함으로 인해 운항이 중단되면 그 비용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유나이티드항공발 '깜짝 여행수요' 확인에 다른 항공주들도 이날 일제히 3% 이상 급등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